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최종 후보는 4명, 30일 회의에서 우선순위는 없었다”···“5월 중순 전 연봉 협상 마칠 계획”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5.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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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3일. 대한축구협회(KFA)는 KFA 정관 제52조 1항을 개정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와 U18세 이상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한다.’

개정 전엔 ‘국가대표전력강회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와 U15세 이상 연령별 대표팀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정관 제52조 1항. 사진=대한축구협회
핵심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대표팀 ‘관리’가 ‘조언 및 자문’으로 바뀐 것이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대표팀 ‘관리 권한’엔 지도자 선임, 해임, 재계약 관련 업무가 포함돼 있었다.

국가대표전력강회위원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명확한 방향성에 따른 논의 끝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었다.

2021년 7월 13일 이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수 없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KFA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계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그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면서 “절대 권력자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어 감독 선임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발표를 1시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통보 형식으로 새 국가대표팀 감독을 알았다. 불만이 상당했지만 바뀐 규정에 따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김판곤 전 국가대표팀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AFPBBNews=News1
홍명보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현 울산 HD FC 감독). 사진=AFPBBNews=News1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2017년 KFA가 신설했다.

KFA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신설한 이유는 명확했다. 공정한 절차와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김판곤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 감독) 땐 달랐어요. 한국 축구는 1990년대로 퇴보하고 있습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내뱉은 축구인이 한둘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새 감독 선임이 임박한 지금도 다르지 않다.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 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과정은 4월 26일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U-23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 인도네시아와의 대결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 패한 뒤였다. 한국은 이 패배로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올림픽 이후 처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U-23 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1순위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과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과의 2연전을 잘 마무리한 것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최종 결정권자인 KFA 정몽규 회장이 황선홍 감독을 바란 것으로도 알려진다.

4월 30일. 수도권 모처에서 약 3시간 동안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제시 마치. 사진=AFPBBNews=News1
세뇰 귀네슈. 사진=AFPBBNews=News1
개리 몽크. 사진=AFPBBNews=News1
브루누 라즈. 사진=AFPBBNews=News1
MK스포츠 취재 결과 4명의 외국인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제시 마치(50·미국)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 세뇰 귀네슈(71·튀르키예) 전 베식타시 JK 감독, 개리 몽크(45·잉글랜드) 케임브리지 유나이티드 감독, 브루누 라즈(47·포르투갈) 전 보타포구 감독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후보 4명을 추린 것”이라며 “30일 회의에서 우선순위는 없었다”고 귀띔했다. 단, 논의에서 자주 언급된 이는 있었다. 마치, 귀네슈다.

몽크 감독은 3월 4일부터 잉글랜드 리그2(3부) 케임브리지를 이끌고 있다. 몽크 감독은 기성용과 함께했던 스완지 시티 시절 후 쭉 내리막이다. 케임브리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십, 다음인 잉글랜드 3부 리그에 속한 팀이다. 케임브리지는 올 시즌 리그2 46경기에서 12승 12무 22패(승점 48점)를 기록했다. 리그2 24개 팀 가운데 18위로 2023-24시즌을 마쳤다.

몽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큰 관심을 보였다. 단, 30일 회의에서 잉글랜드 3부 리그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는 건 어렵지 않느냐란 의견이 강했다.

라즈 감독은 브라질 프로축구 1부 리그 보타포구에서 3개월 만의 경질,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강호인 SL 벤피카를 떠난 뒤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보군 선정은 끝났다. 한 관계자는 “30일 회의 전까지 연봉 협상은 전혀 안 한 상태”라며 “5월 중순 전 연봉 협상을 마칠 것이란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KFA 정관 제52조 1항은 그대로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을 선임할 권한이 없다.

KFA 구조를 잘 아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뽑으라고 했으면 최소한 우리가 얼마의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진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데 알 수가 없다. 위원들은 누가 감독 후보들과 접촉해 협상하는지도 모른다.”

현 시스템에선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감독을 선임한다고 한들 아무런 문제가 없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이 그랬다.

KFA는 한국이 2023 카타르 아시안컵, 2024 AFC U-23 아시안컵에서 연달아 실패를 맛봤음에도 시스템을 정비할 그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23살 이강인은 3월 ‘대국민 사과’를 해야만 했다. 대한축구협회엔 23살 이강인을 보호해준 어른이 없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KFA는 2018 러시아 월드컵 후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축구계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던 게 김판곤 전 위원장, 홍명보 전 전무이사(현 울산 HD FC 감독)다.

김판곤 전 위원장, 홍명보 전 전무이사는 절대 권력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KFA의 체질을 조금씩 바꿔나갔다. KFA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만든 목적인 공정한 절차와 투명성을 심고자 했다. 김판곤 전 위원장과 홍명보 전 전무이사 모두 2022 카타르 월드컵 전 KFA를 떠났지만 그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주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판곤 전 위원장과 홍명보 전 전무이사는 한국의 역대 최장수 감독인 파울루 벤투가 경질되지 않고, 우리의 색깔로 월드컵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임 과정부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축구인은 다음과 같은 얘길 들려줬다.

“김판곤 전 위원장 땐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부터 설정했다. 그리고 그에 맞는 감독 후보군을 추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벤투 감독을 선임한 후엔 계획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했다. 벤투 감독과 약속한 대로 대표팀을 지원했다. 벤투 감독이 여론의 비판을 받을 때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김판곤 전 위원장과 홍명보 전 전무이사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덕이었다.”

앞의 관계자는 현재 한국 축구 상황을 이야기하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지금 KFA에 한국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는 없다. 단언한다.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인물 포함 징계 중인 축구인 100인 기습사면,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등의 일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성공 후 일어났다. 당장 유능한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새로 올 감독은 2년 단기 계약직 아닌가. 뭉개진 시스템을 되살리고 체계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 위원장은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공석이 된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에 황선홍 감독을 앉혔다. 황선홍 감독이 U-23 아시안컵 준비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겸임해야 하는 상황을 알면서도 그랬다. 당시 정해성 위원장은 “잘못 될 경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다.

한국은 마지막 점검 기회를 놓친 까닭인지 1984 미국 LA 올림픽 이후 처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최근 2차례 U-20 월드컵 모두 준결승 이상의 성적을 낸 아시아 연령별 최강자다. 그런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에 패했다.

KFA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해성 위원장은 애초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고 짚었다.

이어 “권한이 없는데 무슨 책임을 지나. 그만두고 싶어도 마음대로 그만둘 수가 없는 게 정해성 위원장의 처지다. 당장 새 감독 선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임시 감독 체제로 가더라도 시스템부터 정비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각대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현 체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온다고 한들 우리의 문제를 잠시 가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는 현재 한 사람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서 움직이는 게 가능한 구조다. 정몽규 회장 한 개인의 뜻에 따라서 한국 축구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후 한 개인의 독단적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경험하고 있다. 그 사례가 빠른 속도로 쌓여간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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