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왜 ‘은둔의 명주’ 몰도바 푸카리를 사랑했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몰도바 기원전 7000년전부터 포도재배/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 푸카리 12세기부터 와인생산/1878년 파리세계박람회 금메달 받으며 세계적 명성 얻어/‘피노누아 드 푸카리’ ‘신의 물방울’에도 등장
몰도바 와인의 역사는 기원전 70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갑니다. 돈두세니(Donduseni) 지구 나슬라브체아(Naslavcea) 마을 인근에서 3기 신생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포도종 비티스 테토니카(Vitis Teutonica) 잎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또 플로레스티(Floresti) 지구 부르숙(Bursuc) 마을에선 2300만년에 시작된 중신세의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씨가 발견됐습니다. 이런 유물 등을 토대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인 기원전 6000~4000년 전 쿠쿠테니-트리필리아(Cucuteni-Trypillia) 문화시대에 몰도바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른 것으로 짐작됩니다. 당시 주민들은 밀, 보리, 수수, 귀리, 완두콩, 완두콩과 같은 곡물과 함께 앵두, 자두, 채소, 그리고 포도를 재배했으며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정착지에서 포도씨앗이 발견됐답니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영국의 조지 5세와 빅토리아 여왕,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 2세까지. 이들이 공통으로 사랑한 와인이 있답니다. 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인 샤토 푸카리(Chateau Pucari)입니다. 이 와인은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즉위식에도 사용됐고 지금도 영국 왕실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여왕의 와인’ ‘러시아 황제의 와인’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1827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베사라비아(Bessarabia) 지역 최초의 와이너리로 샤토 푸카리를 지정하고 전문와인제조 허가장을 내리는 특별 법령을 발표합니다. 몰도바 1호 공식 와이너리가 샤토 푸카리인셈입니다. 베사라비아는 제정 러시아 시절 현재의 몰도바 땅을 일컫던 역사적 지명입니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 15권에도 ‘영국 왕실에서 사랑하는 몰도바 공화국의 숨은 명주’로 푸카리 와인이 등장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토착품종이 아닌 피노누아입니다. 몰도바와인협회에 따르면 몰도바 피노누아 생산량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오를 정도로 피노누아 생산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피노누아 드 푸카리(Pinot Noir de Pucari)는 유럽와인의 클래식한 품격에 신세계가 주는 발랄함과 모던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매혹적인 와인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피노누아 100%로 만들며 프렌치 오크배럴에서 6개월 숙성합니다. 딸기, 레드체리, 라즈베리의 과일향, 제비꽃향이 잘 표현되고 벨벳같은 탄닌과 과하지 않은 오크숙성에 오는 깊은 복합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Pucari Freedom Blend)는 조지아 토착품종 사페라비(Saperavi) 65%, 몰도바 토착품종 라라네그라(Rara Neagra) 20%, 우크라이나 토착품종 바스타르도(Bastardo) 15%를 섞어서 프렌치 오크배럴에 12개월 숙성합니다. 신 체리, 레드체리, 크랜베리, 붉은 건포도향으로 시작돼 온도가 오르면 말린 자두로 이어지고 스파이시한향과 숲속의 젖은 흙, 가죽 등 3차 풍미도 잘 느껴집니다. 세 나라를 대표하는 토착 품종 세가지를 섞은 이유가 있습니다. 몰도바, 조지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한지 20주년을 맞은 2011년 탄생한 와인으로 ‘결코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을 모든 사람들의 와인이며, 자유의 와인’이란 철학을 담았답니다. 이 때문에 푸카리 프리덤 블렌드는 ‘조지아의 심장’ ‘몰도바의 떼루아’ ‘우크라이나의 자유정신’이 모두 깃든 와인이라 불립니다.
현재 푸카리 와인은 몰도바 와인 전문 수입사인 차르와인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습니다. 푸카리 와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오랜 역사와 함께 뛰어난 떼루아를 지닌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카리 포도밭은 해발 120~150m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춰 몰도바에서도 가장 축복 받은 땅으로 불립니다. 불과 60km 떨어진 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인근 드네스트르 강에서 형성되는 안개가 추운 겨울에 포도밭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여름에는 포도가 천천히 완숙하게 만듭니다. 특히 배수가 잘 되고 칼슘이 풍부한 비옥한 흑토 역시 푸카리 와인의 명성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푸카리는 몰도바가 러시아에 통합되고 분리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1980년대 침체기를 겪다가 1991년 독립과 함께 깨어나기 시작했고 2003년 푸카리 와인은 비나리아 푸카리 컴퍼니(Vinaria Purcari Company) 그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전통적인 양조 방법에 현대적인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와이너리는 빠른 속도로 재건됐고 다양한 국제와인품평회에서 200여개 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주목받는 와이너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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