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 뼛조각 맞췄더니 나타난 얼굴…7만5000년 전 40대 여성이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이 화석으로 발견된 뼛조각 200여개를 맞춰 7만5000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얼굴을 구현했다고 1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2018년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 유적에서 발굴한 유골 화석을 통해 구현한 네안데르탈 여성의 얼굴을 공개했다.
이 네안데르탈인은 화석이 발굴된 동굴의 이름을 따 ‘샤니다르 Z’로 불린다. 연구팀은 샤니다르 Z의 두개골 조각 200여개를 9개월에 걸쳐 조립해 그의 생전 모습으로 추정되는 얼굴을 구현해냈다.
샤니다르 Z 유골 화석 발굴과 조립을 이끈 엠마 포머로이 박사는 이 과정이 “매우 아슬아슬한 3D 퍼즐”을 조립하는 과정과 같았다며 “일부 창작된 부분도 있지만 실제 두개골과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데이터에 기초해 만들어진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포머로이 박사는 샤니다르Z 얼굴에 대해 “체격에 비해 얼굴이 매우 크고 지금은 보기 힘든 꽤 큰 눈썹 뼈를 갖고 있다”면서도 “현대식 복장을 하고 있다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네안데르탈인은 35만년 전 처음 등장해 약 30만년간 유럽과 중동, 중앙아시아 산맥 등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 기간 공존하다 절멸됐지만 현대인에게 일부 유전자를 남긴 것으로 분석돼 주목을 받는 인류다.
샤니다르 Z의 유골 화석이 발굴된 샤니다르 동굴은 1950년대부터 10여명의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발굴되어 20세기 중반을 대표하는 주요 유적으로 꼽히는 곳이다. 샤니다르 Z는 이 동굴에서 20여년 만에 발굴된 새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샤니다르 Z는 7만5000년 전 이 동굴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뼈와 치아 등을 통해 추정한 키는 1.5m, 나이는 사망 당시 40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발견 당시 땅을 파낸 도랑에 안장된 샤니다르Z의 왼손은 머리 밑에 감겨져 있었고, 머리 뒤엔 쿠션처럼 돌이 놓여 있었다. 상반신만 보존돼 있어 성별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연구팀은 이후 치아 법랑질 내부의 단백질 서열 분석을 통해 여성임을 밝혔다.
이 동굴에서 여러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굴된 것은 네안데르탈인에게 죽은 이의 시신을 특정 장소에 묻는 관습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이를 네안데르탈인이 지능이 낮고 잔인한 종이었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증거로 보고 있다.
포머로이 박사는 샤니다르 Z의 얼굴 재건이 “현대 해부학과 7만5000년이라는 시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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