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 카티가 암 유발? 위험 극히 낮아

이정아 기자 2024. 5. 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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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세포 치료 후 암 발생 사례 3만여명 중 33건
2차 암 위험 낮고 암치료 이점이 훨씬 커
CAR-T세포(녹색)가 암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모습./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차세대 면역 항암제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T(CAR-T·카티)세포’ 치료제가 또 다른 암을 유발할 위험은 극히 낮으며, 암을 치료하는 이점이 훨씬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2차 암이 생길까 우려해 치료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카티세포 치료제의 부작용에 대해 조사한 연구들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과학계는 지금으로선 카티세포 치료의 위험은 극히 낮지만 치료 후 2차 암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월 ‘카티세포 치료제가 2차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도록 지침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11월 카티세포 치료 후 혈액암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을 중심으로 카티세포 치료제의 위험성을 검증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암 찾는 유전자, 엉뚱한 곳 가면 암 유발할 수도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과정./Malagh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T세포는 면역세포의 하나로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죽인다. 카티세포 치료제는 암 환자의 T세포를 꺼내 몸 밖에서 유전자를 바꿔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는 능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FDA 허가를 받은 백혈병 카티세포 치료제는 암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CD19)을 찾아 공격한다. 이 치료제는 혈액암을 완치하는 비율이 80~90%에 이르러 ‘기적의 항암제’ 또는 ‘꿈의 항암제’라 불린다.

현재 카티세포 치료제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아베크마(성분명 이데캅타겐 비클레우셀)’와 ‘브레얀지(리소캅타겐 마라루셀)’, 존슨앤드존슨(J&J)과 레전드바이오텍의 ‘카빅티(실타캅타겐 오토루셀)’, 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겐레클루셀)’, 길리어드의 ‘테카르투스(브렉수카브타겐 오토루셀)’와 ‘예스카타(액시캅타겐 실로루셀)’ 등 6가지가 FDA 승인을 받았다.

제약사들은 T세포에 암세포만 골라내는 유전자(CAR 유전자)를 집어넣기 위해 레트로바이러스를 벡터(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쓴다. 문제는 레트로바이러스가 CAR 유전자를 엉뚱한 곳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유전자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에 삽입돼 작동을 방해하면 암을 치료하기는커녕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제약사들은 T세포에 도입한 유전자가 암을 유발하지 않도록 바이러스 벡터를 안전하게 개발했다고 주장해왔다. FDA는 그 사실을 입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치료 후 암세포에서 외래 유전자 나오기도

노바티스에서 개발해 시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왼쪽)'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오른쪽)'. T세포의 유전자를 바꿔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들었다./Novartis, Gilead

전문가들은 치료 후 발생한 2차 암세포에서 카티세포를 만들 때 넣은 CAR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이 2차 암을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자가 카티세포 치료를 받기 전에 이미 2차 암이 생길 위험이 높았을 수 있고, 다른 치료의 영향으로 암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FDA 생물학제제평가연구센터 연구진이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2만7000여 명 중 22명(약 0.08%)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암이 된 T세포(cancerous T cell)’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여기에 레트로바이러스가 전달한 CAR 유전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카티세포 치료제가 2차 암을 유발한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카티세포 치료제에 경고문을 붙인 근거가 된 연구인 셈이다.

다른 연구진은 다르게 해석했다. 호주 멜버른대와 피터맥캘럼암센터 공동 연구진은 카티세포 치료를 받고 T세포성 림프종 진단을 받은 51세 남성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조직을 검사했다. 이 환자의 암세포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PBX2)에 치료제를 만들며 도입한 CAR 유전자가 끼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카티세포 치료를 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암세포는 림프종에서 흔히 나타나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환자는 CAR 유전자 삽입 없이도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유전적 변이가 있었던 것이다.

마르코 루엘라(Marco Ruella)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연구진도 카티세포 치료 3개월 만에 T세포성 림프종 진단을 받은 64세 남성 환자의 암세포에서 치료제에 넣었던 CAR 유전자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유전자 자체가 암을 유발하기에는 너무 수치가 낮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카티세포 치료 전에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암세포와 비슷한 유전 정보를 가진 T세포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환자가 T세포성 림프종이 생길 위험이 원래부터 컸으며, 카티세포 치료 동안 종양이 생길 만한 염증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존슨앤드존슨(J&J) 이노베이티브메디슨(구 얀센 제약사업 부문) 연구진은 카티세포 치료 후 2차 암이 생긴 환자들의 암세포에서 CAR 유전자를 찾지 못했다. 연구진은 오히려 치료 전에 채취한 샘플에서 암세포와 유전적으로 같은 ‘전암 단계 세포’를 발견했다. 크레이그 텐들러(Craig Tendler) J&J 이노베이티브메디슨 종양학임상개발및글로벌의료업무책임자는 “이미 2차 암 발생에 취약한 환자들이 카티세포 치료를 받으며 장기간 면역 억제로 인해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포치료 관계 없이 2차 암 발생 확률은 비슷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카티세포 치료로 2차 암이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이다. 최근 FD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까지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3만여명 중 2차 암이 발생한 사례는 33건(약 0.11%)에 불과하다. 또한 카티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2차 암이 발생할 확률은 카티세포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과 비슷했다.

라파엘 폰세카(Rafael Fonseca) 미국 메이요클리닉 교수팀이 2018~2022년 다발성골수종 또는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을 진단 받은 환자 3억 3000만명을 추적 조사했다. 이들은 대부분 카티세포 치료를 받지 않았는데, 이중 0.10%가 T세포성 림프종을 추가 진단 받았다. FDA가 보고한 카티세포 치료 후 2차암 발생 위험(0.11%)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카티세포 치료 여부와 관계 없이 2차 암이 극소수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전문가들은 FDA 권고에 따라 카티세포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 2차 암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또 다른 암이 발생할 걱정 때문에 카티세포 치료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카티세포 치료로 인해 2차 암에 걸릴 위험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카티세포 치료제는 뛰어난 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아릭 홀(Aric Hall) 미국 위스콘신대 의대 교수는 “환자는 카티세포 치료 후 2차 암이 생길까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카티세포 치료가 맞지 않아 항암 효과가 떨어질까 걱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카티세포 치료를 받고 2차 암이 발생한 사례가 분명히 있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제약사들은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과 루프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도 카티세포 치료제를 적용하려고 연구하고 있다. 카티세포 치료제가 꿈의 항암제로 계속 발전할지,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좌절할지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1215-0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3-02767-w

NEJM(2024) DOI: https://doi.org/10.1056/NEJMp2400209

Blood(2023) DOI: https://doi.org/10.1182/blood-2023-178806

Nature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282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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