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 기권에 대기선수 마지막 기회 잡은 노승열 첫날 2언더파 선전 “은퇴 결심하고 최선 다하는 중”

김경호 기자 2024. 5. 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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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열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포 더 CJ컵 바이런 넬슨



“대기 순번 2번이라 출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연습이나 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가게 돼 당황스러웠다.”

노승열(33)이 임성재의 기권으로 얻은 기회를 살려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첫날 2타를 줄이며 선전했다.

노승열은 3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741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에서 대기선수로 기다리다 티오프 시간 30분 전에 통보를 받고 출전해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69타를 기록했다.

조건부 시드로 올해 PGA 투어에 간간이 출전하고 있는 노승열은 이번 대회에서 대기선수 4순위였으나 전날까지 2순위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날 두 명이 출전을 포기하면서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숀 오헤어(미국)가 먼저 기권해 앞 순위의 스콧 피어시(미국)가 출전권을 잡았고, 임성재도 감기몸살로 기권하면서 노승열에게 기회가 왔다.

노승열은 임성재가 빠진 메인 방송조에서 디펜딩 챔피언 제이슨 데이(호주), 텍사스 골프의 간판 조던 스피스(미국)와 함께 플레이를 이어갔다. 첫홀(10번·파4)부터 데이와 스피스가 세컨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나란히 탭인 버디를 하는 등 초반 매서운 기세를 보이는 중에도 노승열은 기죽지 않고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데이는 5언더파 66타, 스피스는 3언더파 68타를 쳤다.

노승열은 “티 오프 시간이 8시 45분이었는데 8시 15분쯤 받았다”며 “사실 올 시즌은 PGA투어 보다는 콘페리 투어(2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번 대회에도 칠 생각을 많이 못해 월요예선도 치지 않고 대기하며 연습만 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월요일에 대기 6~7번이 됐고, 어제 저녁에 대기 2번이라고 연락받아서 와서 하루 종일 연습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가게 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급히 통보를 받는 바람에 연습할 시간도 거의 없었다. “오늘 아침에 비 때문에 한 시간 지연 출발한다고 해 여기에 7시 반쯤 왔고, 연습장에는 8시 정도에 갔다”는 그는 “대기 2번 이라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통보받고 한 20분 정도 빈 스윙, 드라이버 5번 정도 치고 퍼트 연습도 못해보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무난하게 출발한 노승열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대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 집이 15~20분 거리에 있어 홈게임이기도 하다. 성재가 아프다고 해서 빨리 컨디션 회복하면 좋겠고, 그 덕분에 오랜만에 좋은 선수들이랑 경기할 수 있어서 하루 종일 즐거웠다”며 “두 선수 모두랑 예전에도 경기해 봤지만, 6, 7년 정도 오랜만에 같이 치지만 역시 정말 잘 치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노승열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첫날 11언더파 60타를 치고 선두로 출발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이후 사흘 연속 70대 타수를 치며 하락했지만 이 코스에 강점을 보인 그는 “좋은 기억도 있고, 어렵게 들어온 만큼 연습을 많이 해서 내일은 조금 더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해보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승열이 3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열린 PGA투어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하고 있다. 맥키니|김경호 선임기자



2014년 취리히 클래식에서 PGA 투어 1승을 거둔 노승열은 2017시즌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하고 미국으로 복귀했으나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시즌을 끝내고 군대에 갔다가 2020년 시즌에 복귀했다. 약 7년 동안 톱10에 한 번도 못 들었고 돌아와서도 플레이가 좋진 않았다. 좋아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좋은 성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자신감을 많이 잃은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하루 잘 치면 다음 날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못 내니 하루 잘 쳐도 다음 날에 불안하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고 그렇다. 몇 년 동안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어떻게 보면 정말 평범한 선수, 어쩌면 평균 이하의 선수가 된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는 있으나 기술적인 부분도 군대 가기 전과 많이 바뀌고 아직 더 발전을 해야할 것 같다. 기술적인 면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이전보다 정신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이겨내보고 있다. 힘들지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어 카드를 잃고 조건부로 출전하고 있는 그는 은퇴를 결심하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사실 군대에 갔다 오고 플레이가 너무 안 돼 작년, 재작년 쯤에 골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 투어나 다른 투어에 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고 미국에서 하던지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올 시즌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고 안되면 은퇴를 한다는 생각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면서 시즌에 임하고 있다. 은퇴 결심을 해도 내년에 은퇴할지 아니면 더 도전을 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 은퇴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미국에서 도전을 하고 싶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실 군대 때문이라고 말은 못 하겠다. 군대 갔다 온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선수로서 한번 흐름이 끊기고 나니까 전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하는 곳이다 보니 다시 자리를 잡고자 하는 게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힘들다.”

부인과 7개월 된 딸은 큰 힘이 되고 있다. “옆에서 아내가 많은 힘이 되어 주고 있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7개월이 됐다. 두 사람의 힘을 받고 견디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그는 행운으로 찾아온 이번 기회에서 우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맥키니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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