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저게 미국 탱크"…모스크바에 전시된 에이브럼스 M1A1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미국 탱크는 저기에 있어. 앞에 서봐, 사진 찍어줄게."
러시아 모스크바 광장에 등장한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를 바로 눈앞에서 본 모스크바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노획한 주요 무기를 1일(현지시간)부터 한 달간 모스크바 포클로나야 언덕에 있는 전쟁 박물관 광장에서 전시하고 있다.
전시회의 이름은 '러시아군의 트로피(전리품)'.
시민들의 눈길을 끈 이 에이브럼스 전차 역시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다가 러시아군 손에 넘어간 무기 중 하나인 듯했다.
이 전시회엔 미국뿐 아니라 호주, 영국, 독일, 우크라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체코, 프랑스 등의 전차, 장갑차 등 군수 장비 34점이 일반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됐다.
전시 첫날인 1일은 마침 러시아 국경일인 노동절인 데다가 날씨까지 화창해 나들이 나온 가족, 군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까지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의 에이브럼스 M1A1 전차와 독일 레오파르트 2A6 전차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시장 한 가운데에 나란히 자리한 이 두 전차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셀카'를 찍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했다.
미국 성조기가 달린 에이브럼스 전차 앞에 세워진 안내판엔 "서비스 연도 1985년. 미국 생산. 우크라이나군 전차부대의 기동 전투 활동을 위해 사용. 2024년 4월 베르디치(도네츠크의 마을)에서 노획됨"이라고 적혀 있었다.
미군과 독일군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와 레오파르트는 견고한 장갑과 강력한 화력을 갖춰 우크라이나에 제공 방침이 결정됐을 때 지상전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지상전의 전통적 강자였던 전차는 기대와 달리 우크라이나에선 드론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전시된 에이브럼스 전차는 전면의 철갑이 찢겨 나갔고 온전치 못한 포탑에 달린 포신은 힘없이 땅을 겨누고 있었다. 레오파르트 전차는 그보다는 상태가 나아 보였지만 여기저기 긁히고 튄 자국이 있었다.
러시아 기자들도 이 두 전차를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전차 위에 올라가 영상을 찍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기자는 에이브럼스 전차 위에서 "미국은 이 전차를 파괴할 수 없는 놀라운 무기라고 소개했지만 모든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모든 명성이 파괴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의 브래들리, 독일의 마더 장갑차와 프랑스 AMX-10RC 경전차 등도 전시돼 이목을 모았다.
새것처럼 깔끔하게 도색된 전투 차량들이 많았지만 치열한 전투를 겪었는지 칠이 심하게 벗겨지거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는 것들도 눈에 띄었다.
호주 국기가 부착된 부시마스터 PMW 장갑차는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독일제 마더 장갑차는 앞부분이 찌그러져 있었다.
각 장비를 지키기 위해 배치된 군인 중 일부는 관람객들에게 노획물의 용도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미국의 인터내셔널 맥스프로 지뢰방호 장갑차 앞의 군인은 "이 차량의 내부에는 장갑 캡슐이 있어 운전자, 사령관, 병사를 보호하지만 단점이 있다. 차가 높아져서 눈에 더 잘 띄게 됐고 수류탄병의 아주 좋은 목표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와 함께 전시회를 관람한 모스크바 시민 블라디 씨는 "유명한 전차들에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유심히 지켜봤는데 흥미로웠다. 제2차 세계대전의 기술을 기반으로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물론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올해 안에는 끝났으면 좋겠다.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전시를 앞두고 "노획 장비 전시회는 모스크바 시민과 관광객, 러시아 전역 국민의 많은 관심을 끌 것"이라며 "우리는 공격 받은 적의 장비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힘은 진실 안에 있다. 이 전쟁 노획물들은 우리의 힘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때인 1943년에도 옛 소련이 노획한 독일군의 전차와 장비들을 전시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노획물 전시회에 대해 서방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유로뉴스는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제공한 적이 없는 남아공 장갑차도 전시됐다며 "일각에서는 이 전시회의 진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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