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완벽히 엇갈릴 수가..하늘은 두 천재를 동시에 허락하지 않았다[슬로우볼]

안형준 2024. 5.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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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하늘은 두 천재를 동시에 허락하지 않는 것일까.

LA 에인절스는 5월 1일(한국시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아들었다. 바로 마이크 트라웃의 부상. 트라웃은 좌측 무릎 반월판 파열로 인해 수술대에 오른다.

트라웃이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일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에인절스는 트라웃이 올시즌 내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즌아웃은 아닐 것이라는 희망이다.

부상 과정도 황당했다. 트라웃은 수술 발표 전날까지도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심지어 그날 경기에서 도루도 기록했다. MLB.com에 따르면 트라웃은 전날 경기 도중 무릎 쪽에 작은 이상을 느꼈지만 경기를 계속하는데 지장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트라웃은 "정말 실망스럽고 힘들다"며 "대체 정확히 언제 다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트라웃은 경기 종료 후 무릎이 계속 좋지 않자 MRI 검사를 받았고 부상이 발견됐다.

트라웃은 올시즌 뜨거운 초반을 보냈다. 첫 19경기에서 .270/.357/.662 8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다시 리그 최고의 선수로 올라섰다. 다만 이후 10경기에서는 .114/.262/.286 2홈런 3타점으로 부진했다. 트라웃은 29경기 .220/.325/.541 10홈런 14타점 6도루의 성적을 남기고 수술대로 향했다. 타율은 떨어졌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부상으로 트라웃은 4년 연속 장기결장을 하게 됐다. 2021-2023시즌 3년 연속 부상을 당하며 합계 237경기 소화에 그친 트라웃은 올시즌에도 규정타석 소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2021시즌에는 종아리, 2022년에는 등, 2023시즌에는 손 부상으로 장기결장한 트라웃이다.

트라웃은 원래 건강한 선수였다. 1991년생으로 2011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트라웃은 루키 시즌이던 2012년부터 2020년 단축시즌까지 9년 연속 규정타석을 소화했다. 2017년 한 차례 부상으로 114경기 출전에 그친 적이 있었지만 해당 시즌에도 규정타석은 채웠다. 매년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던 그였기에 2012-2019시즌 8년 연속 올스타 선정은 물론 2012-2020시즌 9년 연속 MVP 투표 TOP 5 진입을 달성할 수 있었다. 트라웃은 해당기간 3차례 MVP를 차지했고 4차례 2위(4위 1회, 5위 1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인기 투표'인 올스타에는 2021-2023시즌에도 선정됐지만 시즌을 절반 밖에 치르지 못한 지난해와 36경기 출전에 그친 2021시즌에는 MVP 투표에서 표를 받지 못했다. 2021시즌 MVP 연속 득표 기록을 마감한 트라웃은 어쩌면 올해 올스타 연속 선정 기록도 마감할 수도 있다.

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트라웃은 2011-2020시즌 10년 동안 1,252경기에 출전했고 .304/.418/.582 302홈런 798타점 201도루 1,380안타를 기록했다. 해당 10년 동안 쌓은 bWAR만 무려 74.3이었다. 2020년 29세가 된 만큼 30대에 접어들며 다소 성적이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유니폼을 벗을 때에는 통산 3,000안타, 500홈런 400도루 등 굉장한 기록과 함께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21-2024시즌 4년 동안 트라웃은 76홈런 156타점 11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부상에서 돌아오면 트라웃은 33세가 된다. 점차 기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시기에 접어들게 된다. 어쩌면 3,000안타도, 500홈런도 달성하지 못하고 커리어를 마칠 수도 있다.

트라웃이 건강을 잃은 시기는 공교롭게도 오타니 쇼헤이(LAD)가 비상한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 2018년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2020년까지는 '화제성'만 있는 선수였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최고가 아니었고 마운드에서는 사실상 의미있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오타니가 첫 3년 동안 기록한 성적은 투수로 12경기 53.1이닝, 4승 3패, 평균자책점 4.39, 타자로 254경기 .269/.340/.503 47홈런 147타점 29도루였다. 준수한 타격을 가진 타자였지만 딱 그정도였다.

하지만 2021시즌부터 제대로 투타겸업을 성공시키며 메이저리그를 넘어 야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오타니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스포츠 스타 중 하나임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다저스와 지난 12월 맺은 10년 7억 달러 계약은 역대 프로스포츠 최고액 계약이다.

그리고 오타니가 떠오른 동시에 지난 1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였던 트라웃은 건강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트라웃은 여전히 '건강하면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에인절스는 가장 위대한 현역 선수들을 동시에 보유하고서도 포스트시즌 티켓조차 따내지 못했다. 오타니는 이를 부정하는 듯하지만 이는 오타니와 트라웃이 함께 최고였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트라웃이 리그를 지배할 때는 오타니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고 오타니가 날아오른 후에는 트라웃이 건강을 잃었다. 너무나 절묘한 엇박자였던 셈. 하늘은 두 천재를 동시에 허락할 마음이 없었던 듯하다.

오타니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고 트라웃은 또 한 번 부상으로 멈춰섰다. 과연 오타니와 트라웃이 함께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것을 과연 볼 수 있을까.(자료사진=마이크 트라웃과 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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