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멈춰라"…전 세계로 번지는 'No War' 시위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시작된 대학가의 반전 시위가 미 전역을 넘어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가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모습이다. 휴전 협상이 진통을 겪는 가운데 콜롬비아는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AFP·AP·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동부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유럽·중동·아프리카 주요국가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 50여개 대학 캠퍼스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인 시앙스포 파리 캠퍼스와 파리 소르본 대학, 영국 리즈대·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워릭대 등에선 친 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렸다. 이탈리아와 호주, 캐나다 등 일부 대학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의 대학가도 반전 시위 열기로 뜨겁다. 쿠웨이트와 레바논, 이집트와 튀니지 등에선 학생들이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튀니지 대학생들은 일주일간 수업 중단을 선언한 채 전국 각지에서 거리를 행진하며 반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학가에서만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콜롬비아는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했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볼리비아·벨리즈에 이어 세 번째 단교로 기록됐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전날 수도 보고타 볼리바르 광장에서 열린 노동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가자지구 전쟁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집단 학살"이라며 "2일부터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반전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더 격화하는 분위기다. 전날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 등에선 시위대 300여명이 한꺼번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선 친 팔레스타인과 친 이스라엘 시위대의 폭력 충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2일 새벽에 헬멧과 방패 등 진압 장비를 갖추고 수백명이 UCLA 캠퍼스 텐트 농성장으로 진입해 해산을 거부한 이들을 체포하고 농성장을 장악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반전 시위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는 대학 캠퍼스는 최소 32곳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미 전역 대학교에서 친 팔레스타인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누적 인원은 약 1500명에 달한다.
가자지구 충돌이 전 세계 갈등으로 번진 요인으로는 인종 차별, 대량 학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 배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부채의식이 깔려 있는데 정작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3만5000명이 사망하자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대학 내에 공권력이 투입돼 학생들을 체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분노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가자지구 전쟁을 쟁점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반유대주의 인식법(Antisemitism Awareness Act)'을 찬성 320표, 반대 91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반유대주의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으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대학 내 반 이스라엘 시위를 제재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 유세현장에서 "뉴욕경찰의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고 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시위 확산 사태와 관련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인에게는 평화적 시위 권리가 있지만 무력을 사용한 건물 점거는 평화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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