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미답봉 도전 나선 엄홍길… 눈폭풍 속 정상 200m 앞두고 하산

정병선 기자 2024. 5. 3.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네팔 수교 50주년 기념해 도전

“정상 200m를 앞두고 강력한 눈폭풍을 만나 한발 물러섰지만, 반드시 등정하겠다.”

주걀 히말라야 원정을 지휘 중인 엄홍길 대장이 정상 등정에 나선 모습. /원정대

한국-네팔 수교 50주년 기념 ‘한국-네팔 우정 원정대 2024(Korea-Nepal Friendship Expedition 2024)’가 히말라야 미답봉(쥬갈 히말라야 피크·6590m) 등정에 나섰지만, 목전에서 철수했다.

원정대를 이끄는 산악인 엄홍길(64) 대장은 2일 “지난달 27일 원정대가 쥬갈 히말라야 정상 250m까지 접근했지만,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눈폭풍을 만나 등정을 포기한 채 일단 하산했다”고 전했다. 악천후에 시달려온 원정대는 이날 보름달을 이용한 야간 산행에 기대를 걸며 밤 10시 정상 공격에 나섰지만,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는 “매일 눈폭풍이 몰아닥치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야간 등정을 시도하는 강력수를 뒀지만,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가공할 만한 위력을 동반한 눈폭풍에다 가시거리가 채 2m도 되지 않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고 했다.

엄 대장은 “대한산악구조협회(KRA) 소속 대원 6명, 그리고 네팔등산협회(NMA) 소속 베테랑 산악인이자 셰르파 3명 등 10명이 합동으로 로프를 깔면서 등정에 나선 지 25시간 만에 하이캠프 복귀에 성공했다”며 무엇보다 대원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하산한 것에 위안을 삼았다. 엄 대장은 “며칠 동안 체력을 보충한 뒤 다시 정상 등정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이번 등정지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145km 떨어진 쥬갈 히말라야로 애초 네팔 정부가 한국-네팔 수교를 기념해 60여 년 만에 공개한 미답봉으로, 한-네팔 원정대가 첫 등정에 나섰다. 6000m급이지만 거의 8000m급과 유사한 지형과 험준한 산맥으로 연결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는 “통상 하이캠프를 구축한 뒤 캠프 1, 캠프 2를 설치하면서 정상 공격을 조율하는데 쥬갈 히말라야는 하이캠프(5300m)를 떠나면 바로 70~80도 경사면이 펼쳐져 수직 벽을 타는 듯한 고난도의 등반을 시작해야 하는 데다 중간 휴식을 위한 텐트 1동 설치할 공간조차 확보할 수 없다”며 “하이캠프를 떠나는 당일이나 1박2일 동안 정신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사활을 건 채 정상 등정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날씨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정 기간 계속된 눈폭풍으로 눈사태 위험이 있는 데다, 눈이 뭉쳐 비 오듯 내리는 스노 샤워와 낙빙(落冰) 등에 대원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원정대는 지난달 13일 쥬갈 히말라야 4700m 고지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15일엔 베이스캠프에서 600m 위에 전진기지 격인 하이캠프(5300m)를 구축, 정상 도전을 위한 루트 설정 작업을 해왔다. 엄 대장은 “이번 원정 동안 변준기 대원이 바위에 박아둔 하켄(머리 부분에 구멍이 있는 못)이 부서져 추락하면서 로프에 손목이 뒤틀리는 사고를 당했고, 다메 셰르파가 눈사태에 휩쓸려 600m 이상 추락하는 사고를 경험하는 아찔한 사고를 겪었다”며 “생명에 문제가 없어 천만다행이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엄 대장은 “수많은 난관에도 한국과 네팔 수교 50주년을 맞은 특별 산행이니만큼 반드시 성공해 양국 간 큰 이정표를 세우고 싶다”고 했다.

/쥬갈 히말라야 베이스캠프(JHBC)=정병선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