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직전 같다”… 149國 중 102國이 군비 증강
우크라이나·가자지구(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을 필두로 지구촌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전 세계 국가들의 무한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옛 소련 양국이 핵무기를 중심으로 경쟁을 벌였던 냉전(冷戰) 시대와 달리 지금은 유럽·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지의 대부분 국가들이 ‘각국도생(各國圖生)’ 수준으로 군비 증강 경쟁을 벌이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에 대한 군사 지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자 군비 늘리기 출혈 경쟁은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핀란드·스웨덴은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중립국의 오랜 전통을 포기하고 군사동맹 나토에 합류했고 이후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일부 국가는 내전이 번진 여파로 군사 관련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전 국방장관은 최근 폴리티코 인터뷰에 “세계가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7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2일 본지가 스웨덴 정부 안보 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 평화 문제 연구소(SIPRI)’의 실질 군사비 지출(환율·물가를 반영해 환산한 규모) 집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군사비가 집계된 149국 가운데 102국(69%)이 지난해 군사비 지출을 1년 전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셋 중 두 나라가 군비를 늘린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첫해인 2022년엔 이런 경우가 둘 중 한 나라인 74국(50%)에 그쳤는데 1년 만에 30국 가까이가 불어났다. 실질 군비 지출 증가액 1·2위 국가는 전쟁 중인 러시아(241억달러)와 우크라이나(209억달러)였다. 2022년 전년 대비 실질 군비가 줄었던 미국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지원과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 관련 군사 활동이 대폭 증가하면서 지난해 실질 지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2년엔 군비가 줄었다가 지난해 증가로 돌아선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한국·이스라엘 등 45국이었다. 군비 지출 1위 미국의 경우 올해(회계연도 기준·2023년 10월~2024년 9월) 명목 국방 예산이 8860억달러(약 1219조원)로 편성됐다. 미국은 그동안 국방 예산이 원화 기준 1000조원에 육박한단 이유로 ‘천조국(千兆國)’이란 별칭이 붙었는데 올 들어 국방 예산이 진짜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군사 강대국들은 잠재적인 적국(敵國)과의 전면전에 대비해 R&D 지출을 특히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SIPRI는 “중국·파키스탄을 둘러싼 긴장 고조로 지난해 실질 지출을 4.1% 늘린 인도의 경우 늘어난 지출 대부분을 ‘무기 자립’을 위한 투자에 쏟아부었다”고 분석했다. 149국 가운데 지난해 실질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는 내전이 이어지는 콩고(105%)였고, 역시 내전이 한창인 남수단(78%)이 뒤를 이었다. 조직폭력배가 정부를 장악해 내부 폭력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중남미 아이티의 접경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의 지난해 실질 군비 지출도 비교적 많이(14%) 늘었다.
한때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이었던 서방 최대 군사동맹 나토 회원국들도 거의 대부분 군비 지출을 늘렸다. 아이슬란드(미집계)를 제외한 31국 중 미국·라트비아·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튀르키예 등 28국이 지난해 군비 지출을 전년보다 늘렸다. 2022년엔 21국에 그쳤었다.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트럼프가 고립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원국들이 경쟁적으로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나토 회원국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 목표치를 ‘2%’에서 더 나아가, ‘3%’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나토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가운데 국방비 비율이 2%를 웃도는 국가는 2014년 26국 중 3국, 지난해 31국 중 11국이었고 올해는 32국 중 18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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