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몫’ 증명에 망가진 삶…“필요 없는 인간 된 기분”
[KBS 울산] [앵커]
어제 보도해드린 노동절 관련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허운학 씨의 산재 신청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병 진단부터 산재 신청까지 오롯이 피해자 몫이었는데, 증명을 위한 시간 동안 삶은 망가졌다고 말합니다.
김옥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허운학 씨는 손가락 절단을 위한 산재 승인을 거절당한 뒤, 신경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전국의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부산 백병원에서 겨우 신경종 의심 진단을 받고서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받고 손가락을 절단했습니다.
그럼에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병명을 찾기 위해 전국 병원을 돌아다녔습니다.
부산·울산 쪽 대학병원 3곳을 돌아다니며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이라는 병으로 판정받았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병원에서 추가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복지공단 서울 본사에서 질병 심사까지 받았습니다.
질병 증명은 모두 산재 피해자의 몫이었고, 그사이 고통이 커지며 허 씨의 몸과 마음은 망가졌습니다.
[허운학/산재 노동자 : "덥거나 차거나 하는 물이 튀면 순간적으로 통증이 몰려오기 때문에 (씻지도 못하고)…. 공황장애 증세로 울산 대학병원 응급실에 몇 번 실려 간 적이 있었는데, 한기를 느끼게 되면 숨도 못 쉬고, 온몸이 떨리고…."]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병원의 소견과 정반대 의견을 내놓았고 허 씨는 아직 산재 추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음성 변조 : "의사마다 의학적인 소견이라고 하잖아요. 환자를 보는 관점이 달라서 그렇다고밖에 사실 설명을 못 드리겠어요…. 또 한편으로는 CRPS가 의사들도 많이 다뤄보지 않은 상병일수도 있어요…."]
일상적인 삶 대신 산재 증명에 매달린 허 씨.
가족들과도 멀어지고, 일자리도 잃게 되면서 삶은 망가졌습니다.
[허운학/산재 노동자 : "팔 하나를 전부 못 쓰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건 참 많아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 드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혼자 늘 '필요 없는 인간'이, '잉여 인간'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참 견디기가 어려워요."]
허 씨는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 재심사를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그래픽:박서은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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