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현장] 아프고 깨져도 나서는 한국...'1승 바라기' 꿈 이뤄질까

권수연 기자 2024. 5.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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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VNL에 나섰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황금세대는 지나갔고, 과도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환골탈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얼마나 각성할 수 있을까?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일 서대문구 소재 중앙여고 체육관에서 언론 공개훈련을 진행했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신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5월 14일부터 6월 16일까지 미국, 일본, 브라질 등지에서 열리는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출전을 앞두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의 베테랑이 빠진 한국 여자배구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의 국제 대회에서는 대부분 패배하며 돌아섰다. 특히 일본, 튀르키예, 미국 등 세계 강국들이 나서는 VNL에서는 2년 간 24전패라는 치욕을 겪었다. 

2023 VNL에 나섰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중간중간 한번씩 '졌잘싸'는 나오고 있지만 어쨌든 결과는 패배였다. 이처럼 부진한 국제성적 대비 리그 고액 연봉 이슈에 휩싸인 한국 남녀 배구는 2년 간 비판의 도마를 면치 못했다.

2일 기준 한국 여자배구의 세계랭킹은 40위로 카자흐스탄(32위), 크로아티아(35위), 페루(38위), 베트남(39위) 보다 밀려있는 상황이다. 더러는 지난 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44위인 대만에 진땀승을 거두기도 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현재 한국 여자배구는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배구협회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지난 달, 푸에르토리코 대표팀 지도 경력의 모랄레스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클럽 겸임이 아닌 전임 감독으로 온전히 대표팀 지도에만 집중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직전 세자르 전 감독은 클럽 코치를 병행하며 대표팀 합류가 뒤늦어 비판의 도마에 한 차례 오르기도 했다. 

언론 공개훈련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DB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정지윤-김다인ⓒ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지도자가 처음부터 훈련 과정을 지켜보며 직접 소통하고 꾸준히 이끄는 것에 대한 안정감은 확실히 다르다. 정지윤은 이 날 훈련 후 인터뷰를 통해 "아무래도 감독님이 계시지 않은 상태로 준비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같이 감독님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을 맞추다보니 조금 더 준비가 돼있다고 느낀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배구는 아직 세계무대를 위한 최적의 준비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매번 소집할 때마다 팀 리셋이나 마찬가지다.

언론 공개훈련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DB

1승을 강렬하게 갈망하고 있지만 전력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랄레스 감독은 이 날 첫 경기인 중국전에 대해 묻는 질문에 "VNL에서 뛸 수 있게 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수비력은 양호하나 공격으로 연결되는 힘과 활용 유연성이 부족하다.

모랄레스 감독은 꾸준히 "윙 공격수에 공격이 몰리면 선수들이 힘들어진다. 미들블로커와 파이프 사용으로 공격 옵션 다양화를 좀 더 꾀해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리그에 선착한 남녀구단 외인 감독들이 먼저 내린 진단이기도 하다. 정작 정규리그에서 이를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또한 이번 여자배구 대표팀은 시작부터 부상선수로 인한 대거 교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당초 선발됐던 이소영(IBK기업은행)은 시즌 중 입은 좌측 발목 인대 파열로 박수연(흥국생명)과 교체됐다. 박수연은 팀에서는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던 백업 리베로다. 김다은은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 부분파열로 인해 23-24시즌 경기에 거의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문지윤(GS칼텍스)에게 자리를 내줬다. 

수비라인도 둘이나 빠졌다. 김연견(현대건설)이 좌측 발목 부상으로 김채원(IBK기업은행)과 교체됐다. 또 우 슬관절 외상성 관절병증과 퇴행 반달연골 및 내측반달연골 진단을 받은 문정원(한국도로공사)이 한다혜(페퍼저축은행)에 바통을 넘겼다. 

이처럼 경기에 뛸 수 없을만큼 심한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를 제외하고도 선수단은 모두 자잘한 부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표승주ⓒ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강소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박정아(페퍼저축은행), 표승주, 정호영(이상 정관장), 이다현, 정지윤, 김다인(이상 현대건설),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이주아(IBK기업은행) 등은 짧게는 2년, 길게는 수어년에 걸쳐 휴식 없이 시즌을 뛰는 수준이다. 더러 컵대회에 나서기라도 하면 부담이 가중된다. 

"모두 조금씩 아픈 곳이 있지만, 다들 꾹 참고 뛰고 있어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윙 공격수 강소휘는 무릎과 정강이에 아이싱을 칭칭 감고 힘겹게 걸어왔다. 뒤이어 인터뷰에 응한 정지윤 역시 자켓의 한쪽 어깨가 보호대 때문에 불쑥 올라와있었다. 경미한 오른쪽 어깨 통증이 있다는 이선우는 전체 팀 훈련에도 합류하지 못하고 구석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강소휘는 인터뷰를 통해 "(박)정아 언니와 (표)승주 언니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꾹 참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도 따라가려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 

선수단의 전체적인 호흡도 아직까지는 물음표고, 각 팀 주전이 대부분 시즌을 마치기 무섭게 대표팀에 곧장 차출되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부분 컨디션이 100%가 아니다. 타 국가처럼 2군, 3군의 백업풀도 없으며 있어도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피로감이 더욱 높다. 

한국 여자배구는 이제 VNL에서 '최대한 나은 성적'이 아니라 '제발 1승만'을 간절하게 바라는 판이 됐다.  올해 첫 국제대회가 되는 2024 VNL은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첫 발을 기다리고 있다. 

2024 VNL은 5월 14일부터 19일까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경기가 개최된다. 

 

사진=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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