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진의시네마포커스] 별들의 고향, 개봉 50주년에 부쳐

2024. 5. 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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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의 전성기는 1960년대였다.

영화가 전 국민의 유일한 대중오락물로 사랑받던 시대에 신상옥, 유현목, 이만희, 김기영 감독 등은 영화를 재현하는 다양한 방식과 시선으로 관객의 환대를 받았다.

이때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등장한 이들이 '바보들의 행진'(1973)을 만든 하길종, '영자의 전성시대'의 김호선,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였다.

그의 존재에 감사하며 지금 봐도 여전히 젊은 영화 '별들의 고향'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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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초의 전성기는 1960년대였다. 영화가 전 국민의 유일한 대중오락물로 사랑받던 시대에 신상옥, 유현목, 이만희, 김기영 감독 등은 영화를 재현하는 다양한 방식과 시선으로 관객의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1972년 유신헌법을 반영한 영화법 개정과 함께 60년대 중반 이후 쇠락하던 영화산업은 빈사 상태에 빠져들었고 한국영화는 대중문화의 총아로서의 존재감을 잃어갔다. 이때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등장한 이들이 ‘바보들의 행진’(1973)을 만든 하길종, ‘영자의 전성시대’의 김호선, ‘별들의 고향’(1974)의 이장호였다. 이 30대 젊은 감독들은 각자의 흥행작을 무기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아버지 없는 세대를 선언한 ‘영상시대’라는 영화인 동인을 출범시킨다.
‘영상시대’의 일원이었던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 ‘별들의 고향’의 제작 과정은 특별했다. 신상옥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도제 생활을 했음에도 충무로 시스템에 길들지 않았던 청년 이장호는 우여곡절 끝에 모두가 눈독을 들이던 당대 최고의 인기작가 최인호의 소설 ‘별들의 고향’ 판권을 획득한 뒤에 신필름에서 도망치듯이 나와 ‘바보들의 행진’을 제작한 화천공사에서 기념비적인 데뷔작을 만든다. ‘별들의 고향’의 성공은 경이적이었다. 연간 제작 편수 120편, 이 가운데 5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15편에도 미치지 못했던 한국영화계에서 순수 단관 개봉으로 46만의 관객을 불러모은 영화의 놀라운 성공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신드롬이었다. 관객 10만명이 들었을 때 이장호 감독은 원작의 힘이겠거니 했단다. 20만명이 들었을 때는 이장희의 음악이 좋았겠거니 했고, 30만명이 들었을 때는 자신도 연출을 잘했구나 했단다. 그러나 관객 40만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이 작품이 스스로의 운명을 타고 굴러가는 거대한 이벤트라는 생각에 오히려 두렵고 소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관객들은 이 영화의 무엇에 그토록 열광했던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로 과거 한국영화에 없었던 청년문화의 감수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청년문화의 기수 최인호, 젊은 감성으로 충만한 뮤지션 이장희, 세계 유명 영화를 섭렵하며 신선한 감각을 벼려온 천재적 시네필 이장호의 만남은 젊고 투박한 아마추어리즘이 가닿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선사했다. 물론 이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한국 멜로드라마 특유의 신파성이 녹아있다. 그러나 예측을 벗어나는 불규칙한 편집 리듬과 과거 회상 장치(플래시백)의 사용은 상투성을 밀어내면서 영화에 시적인 아름다움과 젊은 감성을 입힌다. 경아의 죽음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처연하다.

2024년 4월26일은 ‘별들의 고향’ 개봉 50주년, 이장호 감독의 데뷔 50주년이었다. 그의 존재에 감사하며 지금 봐도 여전히 젊은 영화 ‘별들의 고향’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맹수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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