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34년 만에 기록적 엔저…일본 여행 ‘북적’

홍희정 2024. 5. 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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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엔저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엔화 때문에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우리 수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엔화를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게 되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요?

[기자]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일본을 찾은 외국인 수는 처음으로 3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관광객이 66만 명으로 국가별로는 가장 많았다고 하는데요.

[도미닉 스테이빌/이탈리아 관광객 : "지금 가격은 놀랄만합니다. 음식이 정말 저렴해요."]

[벤 윈드하임/미국 관광객 : "미국 포틀랜드와 비교하면 대체적으로 일본 가격이 훨씬 저렴해요. 특히 음식값이 정말 저렴하네요."]

일본 내국인에게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적용하고,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파는 이른바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식당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해산물 식당의 경우 1인분에 5~6만 원 정도 하는 메뉴가 일본인의 경우 천 엔, 약 9천 원 정도를 할인해준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해도 외국 관광객들은 엔저로 인해 여전히 저렴하다고 느끼는 건데요.

하지만 엔화 약세는 일본인들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일본인들의 해외 여행은 크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일본 내에서는 이 같은 엔저 현상에 대해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죠?

[기자]

과거에는 엔화 약세가 수출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엔저는 일본 내에서의 원유나 농산물 등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질임금도 감소했는데요.

[일본 도쿄 시민 : "장 보러 가면 음식이나 다른 상품들의 가격이 올랐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일본 도쿄 시민 :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는 꽤 힘든 상황입니다. 임금은 오르지 않았거든요. 저는 은퇴했는데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일본 당국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는 있지만, 식료품 가격의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엔화 가치의 지나친 하락을 막기 위해 일본 외환 당국이 지난달 29일에 이어 미국 금리 동결 발표가 있었던 오늘도 시장에 개입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일본 언론은 지난달 29일 일본 은행이 우리 돈으로 48조 원가량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데 이어, 오늘은 26조 원 정도를 추가로 썼을 가능성을 제기했는데요.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 여부는 5월 말에 발표하는 보고서를 통해 확인될 예정입니다.

[앵커]

사실 지금 원화도 약세이긴 한데, 엔화는 지금 얼마나 가치가 떨어진건가요?

[기자]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29일 오전 한때 1달러가 엔화로는 160엔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는데요.

달러화 강세로 대다수 국가의 통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 가운데 엔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0%가량 떨어지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오늘 환율로는 100엔의 가치가 64센트 정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원-엔 환율도 다섯 달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100엔당 8백 원대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엔화는 유로화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엔-유로 환율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으로 1유로에 171엔대까지 엔화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엔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때문인데요.

오늘도 미국이 금리를 동결했는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낮아지면서 엔화 약세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앵커]

엔저는 우리나라 산업에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기자]

우리 기업들에는 일단 좋은 일은 아닙니다.

특히,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으로 꼽히는 철강 업계의 경우 일본산 철강 수입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악화 되고 있습니다.

철강 업계는 그러잖아도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엔저로 인해 일본 철강제품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철강을 제외하면 원화도 약세인 데다 과거보다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품이 줄어든 상태여서 예상보다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지금 꽤 괜찮은 상황입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점도 엔저의 영향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이은빈 구자람/자료조사:백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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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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