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만적 상술에 농락당하다[책과 삶]
다크 패턴의 비밀
해리 브리그널 지음 | 심태은 옮김
어크로스 | 344쪽 | 2만원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날짜와 장소를 검색해 숙소를 선택한다고 해보자. 가격이 적당해 예약 상세 페이지로 넘어가면 처음 확인했던 비용보다 높은 가격이 붙어있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 요금, 수수료 등의 비용이 은근슬쩍 붙은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남은 세일 기간’을 알리는 타이머가 줄어들기도 한다. 세일 기간이 1시간도 남지 않았으니 빨리 결제를 해야 할 것 같다. 소비자는 타이머가 0이 되면 곧바로 ‘남은 기간’이 12시간으로 복구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테슬라 업그레이드의 ‘환불 불가’를 알리는 메시지는 작고 어두운 글씨로 결제 화면 가장 아래 배치됐다. ‘재고 2개 남음’ 같은 메시지가 따라붙는 경우도 있다. 재고를 알리는 데이터 숫자가 임의로 형성된다는 것 역시 소비자에겐 비밀이다.
‘다크 패턴’이란 “사람들을 속이는 의도적이고 기만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소비자를 속여 불필요한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하는 기술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있었지만, 온라인 세계에선 이런 조작이 더욱 쉽고 광범위하다. 이 책의 저자 해리 브리그널은 다크 패턴이란 용어를 정의하고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독립연구자다.
브리그널은 다크 패턴을 ‘넛지’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팔꿈치로 툭 치듯 자연스럽게 인간의 행동을 유도한다는 뜻의 넛지는 인간의 선택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반면 다크 패턴은 오직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는 게 목적이다.
브리그널은 꼼꼼하고 강력한 법률적 규제를 통해 이 같은 기업의 기만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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