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마늘 피해, 해남·무안·고흥으로 번져…전남도, 재해 건의

이시내 기자 2024. 5. 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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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6~9개인 마늘쪽, 11~12개로 분화
잦은 비에 습해, 무름병까지
전남도, 전체 면적 20% 피해 추정…더 늘어날 것
물가 안정 빌미로 대량수입될까, 농가 큰 걱정
해남·무안 밭에서 2차 생장 중인 마늘. 원줄기 사이로 잔머리처럼 싹이 솓아나 있다.
해남·무안 밭에서 2차 생장 중인 마늘.
2차 생장 중인 마늘.
2차 생장 중인 마늘. . 통상 6~9개인 마늘쪽도 11~12개씩 분화되고 있었다.

전남에서도 벌마늘 피해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농민과 산지 관계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주를 시작으로 고흥·여수·해남·무안·신안 등지로 피해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아 지자 전라남도(도지사 김영록)는 농식품부에 벌마늘을 재해로 인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것 봐요. 여기도 2차 생장 중이에요.”

최근 찾은 해남·무안·고흥 밭에선 원줄기 사이로 잔머리처럼 솟아난 마늘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속을 갈라 보니 마늘쪽(인편)에서 새싹이 자라 여러 갈래로 뻗어 있었다. 통상 6~9개인 마늘쪽도 11~12개씩 분화되고 있었다. 벌마늘로 진행 중인 것이다. 벌마늘은 소비자들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상품성이 떨어져 헐값에 팔린다. 

해남 송지면에서 1만4876㎡(4500평) 규모로 남도·대서마늘을 재배하는 강기윤씨(64)는 “평년엔 거의 없던 벌마늘 현상이 남도·대서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관리 조건은 모두 같았는데 올해에만 벌마늘이 30%가량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무안 해제면 광천리에서 6611㎡(2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장민수씨(66)도 “벌써 20~30%가량이 벌마늘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비가 오니까 습해에 무름병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작황이 안 좋다 보니 포전거래(밭떼기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흥 풍양면에서 마늘 농사와 유통을 하는 유대섭씨(74)는 “수매를 위해 밭을 다니다 보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최소 30∼40%”라며 “당장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많은 데다 수확기를 앞두고 계속 확산되는 추세라 포전거래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배정섭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은 “제주와는 시차가 있을 뿐, 무안에서도 5월 초순이 되면 벌마늘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가뜩이나 남도마늘 소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품위 저하로 판매 부진에 빠질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전남도농업기술원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남 전체 마늘 재배면적 3443㏊ 가운데 약 20%에서 2차 생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벌마늘 현상은 파종시기가 빠른 고흥·여수·해남 등지로 번지고 있어 최종 피해 규모는 이보다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천현식 전남농협본부 경제지원단 과장은 “마늘은 성장하면서 알이 갈라지는 현상이 더 두드러지는데 늦게 정식해 지금 보면 멀쩡해보이는 마늘도 잘라보면 알이 더 갈라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성 출하기가 되면 지금 눈으로 보는 것보다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벌마늘 발생 원인은 겨울철 따뜻한 기온과 강수량 증가로 분석된다. 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주요 시군 평균 강수량은 평년(73㎜)보다 49% 증가한 110㎜, 일조 시간은 평년(183시간)보다 24% 감소한 159시간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선 정상품 생산량이 감소해 물가 안정을 빌미로 대량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씨는 “인건비·농자재 가격이 다 오른 상황에서 생산비를 아무리 줄이려고 노력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가격이 받쳐주지 않으면 적자 농사가 불가피해 농사를 접는 이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라남도는 벌마늘을 재해로 인정해 피해 조사에 나서도록 하고, 저품위 마늘을 정부에서 수매해 줄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했다.

정광현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마늘 2차 생장이 발생해 생산량 감소는 물론 포전거래까지 이뤄지지 않아 농민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농민의 경영안정을 위해 신속한 피해 조사와 저품위 마늘 수매가 이뤄지도록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20년 전남에선 644㏊ 규모의 밭에서 벌마늘 피해가 발생해 재해로 인정받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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