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극복하고 60대에 데뷔…‘영혼의 피아니스트’ 천국으로
스웨덴인 부친·일본인 모친
지독한 가난에 청각장애
2차 세계대전때 난민신세
‘기적의 캄파넬라’로 데뷔
앨범 200만장 팔리며 대박
작년까지 전세계 돌며 콘서트
오랜 무명시절과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늦은 나이에 명성을 날려 ‘영혼의 피아니스트’ 로 불리는 음악가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후지코 헤밍·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2일 후지코 헤밍 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요양 하던 중 병세가 악화돼 지난달 21일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재단측은 “장례는 가까운 친척들끼리 조촐하게 치뤄졌으으며 그는 아름답고 평온한 표정으로 떠났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계 스웨덴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을 둔 후지코 헤밍은 유럽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 일본으로 이주했다. 5살 때 재능을 알아본 모친에게 피아노를 배워 17세 때 피아니스트 활동을 시작했지만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 일본 도쿄 예술대학 졸업 후 음악 공부를 위해 유럽으로 건너가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린다.
자신이 무국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스웨덴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스웨덴을 방문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웨덴 법률에 따라 국적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곧바로 일본 국적을 신청했지만 일본에서 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거부당했던 그는 10년 지나서야 독일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유학길에 오를 수 있게 된다. 독일 베를린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했으나 크게 이름을 날리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헤밍은 중요한 연주회를 앞두고 병에 걸려 양쪽 귀가 안 들리는 청각장애를 얻어 피아니스트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치료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병행해, 나중에 가까스로 한쪽 귀 청력 일부가 회복,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피아노 교사로 수년간 일하기도 했다.
1995년 모친의 사망을 계기로 일본에 귀국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1999년 일본 NHK가 청각장애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재기를 위한 열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다큐멘터리 방영 직후 NHK에는 그의 피아노 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는 요청 전화가 1000건 이상 쇄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0년대 들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며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도 자주 협연했다. 2001년 6월에는 음악가들이 꿈꾸는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당시 모든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인생을 그린 TV 드라마, 다큐멘터리 영화 등도 제작됐는데 2003년 일본 여배우 칸노 미호가 주연한 후지 테레비 드라마 ‘후지코 헤밍의 궤적’은 2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 ‘파리의 피아니스트: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이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2022년 4월 국내에서 개봉하며 주목받았다.
그의 별세 소식에 유명 인사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이날 칸노 미호는 “후지코 님의 영혼이 담긴 그 부드러운 피아노 음색을 잊지 않을 것” 이라며 “담배를 물고 싱긋 웃어주는 그 천진난만함이 눈에 선하다. 삼가 명복을 빈다”고 추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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