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휴대전화·신분증 없이 홀로 남겨진 지적장애인 언니
[KBS 제주] [앵커]
중증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소송사기 사건 속보 이어갑니다.
지적장애인인 처제에게 소송사기를 한 혐의로 지난 3월에 구속된 60대 이 모 씨.
그의 아내 역시 중증 지적장애인입니다.
이 씨의 아내이자, 소송사기 사건 피해자의 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고민주, 부수홍 기자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찾아가 봤습니다.
[리포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1층 규모 조립식 건물 옆엔 십자가가 달린 건물이 있습니다
마당엔 신발과 빨래건조대, 페트병이 널브러져 있고, 대야엔 오랫동안 쓰지 않은 듯 물이 누렇게 고였습니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처제의 재산을 빼앗으려 한 혐의로 구속된 60대 이 모 씨의 집입니다.
이곳엔 40대 중증 지적장애인인 아내가 홀로 남겨졌습니다.
["(계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과 함께 고 씨의 동의를 얻어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거실에 설치된 CCTV.
카메라는 집 입구와 마당, 방 안 곳곳을 비추며 고 씨의 행동을 녹화하고 있습니다.
남편 이 씨가 구속된 이후 홀로 남겨진 고 씨.
휴대전화도 없어 긴급할 때 도움도 요청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신분증과 복지카드도 없습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복지 카드 어디서 봤어요? 남편이 다 갖고 있었잖아요. (금고에 문 열어봐요.)"]
하지만 금고는 잠겨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하루에 한 차례 방문하는 장애인 활동보조사가 전부입니다.
남편이 구속되기 전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주민 A/음성변조 : "(남편이) 새벽에 막 욕하고. 이유 없이 막 욕하는 소리지. 죽여버려 똑바로 할래 안 할래 막 하고 그냥 막 다그치는 소리라."]
[주민 B/음성변조 : "(아내는) 밖에는 잘 안 나와. (남편은) 조금만 하면 고발이나 하려고 하고. 각시한테는 굉장히 욕을 해."]
마을 안에서도 오랜 시간 고립돼 생활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민 C/음성변조 : "(아내에 대해) 이야기했다가 그냥 그 집에 찾아가서 맨날 행패 부리다 보니까. 남의 사정에 왜 묻고 따지느냐고."]
[주민 D/음성변조 : "(남편이) 악성 민원인이세요. 그분이. 뭔가 하면 다 싸움만 하려고 하고, 동네 분들이랑 사이도 좋지 않으세요."]
아내 고 씨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 취재진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과 새 신분증과 복지카드를 재발급받기 위해 지역 면사무소를 찾았습니다.
["카드를 발급받아서 지금 새로 쓰려고요."]
면사무소에선 고 씨가 홀로 지내는 동안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애순/○○면사무소 팀장 : "1인 가구로 수급자 신청을 하고, 조사팀에서 조사할 거예요. 반찬 지원이나 이런 게 필요하면 저희 맞춤형 복지팀에서 반찬 지원하는 건 있거든요."]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천천히 자립에 나서는 고 씨.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고○○/중증 지적장애인/음성변조 : "(사람 만나는 거 좋아요?) 네, 일하고 싶어요."]
장애인 거주시설에 있는 동생에 대한 기억도 떠올립니다.
[고○○/중증 지적장애인/음성변조 : "(○○ 동생 보고 싶어요?) 네. (한번 볼까요? 우리 다음 달에 한 번 봐요?) 네. (동생도 ○○ 씨 보고 싶대요.)"]
고 씨 자매의 아버지는 실종돼 2017년 사망 처리됐고, 어머니도 몇 해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생 고 씨의 성년후견인은 남편인 이 씨였지만 최근 지위를 잃었고, 담당 변호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상소했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부수홍 기자 (mrboo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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