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은 소통, 동창인 주중대사는 불통? 외교부 "특파원단 불편함 최소화"

이재호 기자 2024. 5. 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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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출입증 있는 취재진에게 24시간 전 신청하라고 통보…외교부 "유연하게 취재 편의 제공할 것"

비위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동창 정재호 주(駐)중국 대한민국대사가 베이징 특파원들의 취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는 특파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유연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2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대한민국대사관이 1일부터 출입증을 가지고 있는 취재진이라도 최소 24시간 전에 신청을 하고 출입 목적을 명기해야 대사관 검토 후 출입이 가능하다고 공지한 것과 관련 "주중국 대사관과 소통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사관에서 1일자로 현지 특파원단에 안내문을 배포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취한 출입조치가 여타 많은 특파원들이 체류하고 있는 다른 대사관과 달리 특파원들에게 출입증을 발급하고 있고, 특수한 보안상 이유로 특파원이 브리핑 시간 외에 대사관 출입을 할 경우 시간을 두고 신청하도록 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 조치는 (특파원들의) 취재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사관 출입 시 사전 통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사관 차원에서 특파원단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 최대한 특파원단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29일 주중대사관은 중국에 주재하는 국내 언론 특파원단에 "5월 1일부터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야 한다"면서 "신청 사항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대사관에 출입하려면 24시간 전에 서면으로 제출하고 이를 대사관 측에서 허가하는 등의 절차는 철회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보다 유연하게, 신축적으로 취재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결론내렸다"고 답했다.

그는 "정재호 대사가 서울에 있었고 현지(중국)에서 보안사고가 생기다 보니 현지에서 급하게 조치를 취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며 "신분증 등록이 안 된 중국인들이 특파원과 함께 들어오는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는 한 방송사의 특파원이 중국인 촬영 인력과 함께 대사관 뜰에서 정 대사 인터뷰를 위해 기다렸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인력은 국정감사 등을 촬영하기 위해 이미 수차례 대사관을 드나든 적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번 출입 제한 조치를 실시한 이유로 보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보다는 정 대사가 갑질 및 비위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는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안그래도 언론에 비우호적인 정 대사가 아예 언론과 접촉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 대사가 서울에 있을 때 이번 조치가 실시됐다는 것은 정 대사와 무관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대사관) 내부 소통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런 것을 미리 계산해서 했다기 보다는 공관 차원에서 놀라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며 "하지만 특파원들이 앞으로 대사관 출입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출입증을 발급해놓고도 대사관 출입을 제한하는 데다가 사실상 취재 목적까지 검열하려는 대사관의 통지 이후 베이징 특파원단은 지난 4월 30일 "24시간 전에 취재허가 받으라니, 정재호 대사, 대언론 갑질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에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통보는 지난달 말 한국 언론사들이 정재호 대사의 갑질 의혹을 보도한 이후 나온 것이다"라며 "이는 '불통'을 넘어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파원단은 "특파원의 대사관 출입 제한 결정은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미중 경쟁이 전례 없이 치열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대사관이 특파원의 취재 활동을 지원,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모 언론사가 비실명 보도 방침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부임 후 1년 7개월째 한국 특파원 대상 월례 브리핑 자리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하고 있다"며 "베이징 특파원 일동은 주중한국대사관의 출입 제한 통보 즉각 철회와 기형적인 브리핑 정상화, 그리고 정 대사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주중대사관 근무 직원에게 폭언 등을 한 비위 의혹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재외공관장 회의가 열렸던 지난 4월 22일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본다"며 본인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정 대사는 직업 공무원이 아닌 학자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동기다.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한 정 대사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역사학석사, 미시간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6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해왔다.

▲정재호 주중국 대사가 4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2024년 재외 공관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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