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영수회담? 尹 ‘10번째’ 거부권 예고…野 “이럴 줄 알았다”

변문우 기자 2024. 5.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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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된 협치 약속…‘채상병 특검법’ 놓고 다시 얼어붙은 정치권
대통령실 “민주 입법 독주에 유감”…野 “尹, 회담서 듣는 시늉만 했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29일 영수회담에서 '소통·협치'를 외친지 사흘 만에 파국을 맞고 있는 분위기다. 야권이 2일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서다. 여권은 즉각 대통령실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고, 대통령실도 곧바로 "민주당의 입법폭주"라며 현 정권 '10번째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에 야권도 "윤 대통령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협치 물꼬' 트나 했더니…與 "거부권 건의" 尹측 "엄중 대응"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테이블에 올렸다. 이태원특별법 제정안의 경우는 지난 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서로 양보하며 합의를 도출한 안건인 만큼, 법안 처리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영수회담 이후 나온 여야의 첫 협치 성과기도 했다.

다만 훈풍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민주당은 예고한대로 채상병 특검법 상정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할 것을 김진표 국회의장에 요구했고, 김 의장도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용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김웅 의원을 비롯한 소수만 남고 전원 퇴장했다. 본회의장에 남은 야권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며, 결국 채상병 특검법은 야권 단독으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규탄대회로 맞불을 놓았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함으로써 협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입법 폭주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입법 폭주에 가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과 김 의장이) 채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당은 앞으로 21대 마지막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국회 의사일정이 (협의)되기 어렵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실도 곧바로 국민의힘에 가세해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영수회담에 이은 이태원 특별법 합의 처리로 여야 협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독주한 것은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함께 시사했다. 그는 "법률에 보장된 대로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서 특별검사 계획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13차례의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 측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尹, '10개째' 법안 퇴짜 예고…'盧+MB+朴+文 기록' 넘었다

윤 대통령이 만약 채상병 특검법에도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간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10개의 법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중 최다 횟수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4개(대통령 권한대행이 별도 2개 행사) ▲이명박 전 대통령 1개 ▲박근혜 전 대통령 2개씩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 거부권을 한 건도 행사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한다면 역풍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와도 700여 일만에 영수회담을 가지는 등 '소통·협치·변화'를 향해 어려운 첫 발을 뗐다. 이런 가운데 다시금 거부권을 사용한다면 이 같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에서 듣는 시늉만 했지,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공개 자리에서 자기가 이 대표와의 대화를 독점할 정도면 애초에 이 대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며 "거부권에 대한 사과는커녕 뻔뻔하게 또 행사할 것을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특검을 거부하는 쪽에 모종의 문제가 있지 않겠나"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처리된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에서 다시 재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국민의힘 내에서 19명만 이탈해 찬성표를 던져도 채상병 특검법은 다시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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