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실수로 사망한 영아, 진단서엔 '병사'...대법 "고의 아냐"

홍민기 2024. 5. 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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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어난 지 6개월 된 영아의 골수를 채취하다가 숨지게 한 의사들이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쓴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습니다.

주삿바늘을 깊이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10월, 울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생후 6개월 아이가 발열 증세를 호소하며 찾아왔습니다.

검사 결과,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가 모두 줄어드는 '범혈구감소증'이 발견됐고, 의료진은 골수를 채취해 원인을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3년 차 전공의 A 씨 등이 주삿바늘을 꽂으려 했지만 아이가 울고 보채면서 잇따라 실패했고, 진정제까지 투여한 뒤에 겨우 골수를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 아이는 검사 시작 3시간여 만에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부검 결과, 최대 1㎝까지만 들어갔어야 하는 주삿바늘이, 2∼3㎝ 정도 더 들어가면서 주변 동맥이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저혈량 쇼크가 일어났는데도, A 씨와 담당 주치의 B 씨는 사전에 수혈 준비도 하지 않아 조치가 늦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사망진단서에 사망 종류를 '병사'로, 직접적인 사인을 '호흡정지'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외인사'로 적었어야 하는 사망진단서를 고의로 허위 작성했다며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와 환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9년여 만에, 대법원은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 역시 유죄로 볼 수 없다며 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부검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고,

당시 상태 악화 원인을 진정제 투여 때문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의로 허위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골수 채취 과정에서 직접 주삿바늘을 찌른 다른 전공의는 따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영상편집;강은지

디자인;박유동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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