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 3개월 만에 2%대지만...사과·배 고공 행진에 유가 뛰며 “안심 일러”

강우량 기자 2024. 5. 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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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2.9%를 기록하며 지난 1월(2.8%) 이후 3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양호한 기상 여건에 힘입어 채소 작황이 좋았고, 정부 할당 관세로 싼값에 수입 과일들이 들어오며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꺾인 영향이 컸다. 하지만 중동 불안 여파로 유가가 차츰 오르고 있는 데다, 하반기에 유류세 인하 종료 등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들도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3.99로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지난 2월과 3월 연속으로 3.1%씩 올랐다가 석 달 만에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2.3% 오르며, 올해 내내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잡힌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0.6% 올랐는데, 지난 2월(11.4%)과 3월(11.7%)에 비하면 상승률이 둔화됐다. 연초 흐린 날씨로 채소류 수급이 불안했으나, 지난달에는 날이 풀리며 파(-26.2%)와 호박(-26.9%), 풋고추(-20.6) 등 가격이 전월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가 할당관세를 풀어 오렌지와 바나나, 망고 등 수입 과일을 대폭 들여온 효과도 봤다.

이에 따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농·축·수산물이 기여하는 정도는 3월 0.86%포인트에서 지난달 0.77%포인트로 낮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5~6월은 사과와 배 대신 참외와 수박 등 제철 과일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인데, 이 과일류 수급이 원활해 체감 물가도 일정 부분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지난달 사과와 배 가격은 각각 1년 전보다 80.8%, 102.9%씩 오르며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배의 경우 지난 197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배추(32.1%)와 토마토(39.0%) 등 일부 채소류는 연초 작황이 부진했던 여파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사과와 배는 저장량과 출하량 자체가 적어서 올해 물량이 나오기 전까지는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1.3% 뛰는 등 유가가 출렁이는 점은 변수다. 석유류는 지난 3월(1.2%)에 이어 2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국제 유가는 1배럴당 평균 89.2달러로 3월(84.2달러)보다 5.9% 올랐는데,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에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고, 지난해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한 기저 효과로 수치상 오름세가 커질 수 있다”며 “물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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