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전, 그날의 정신… 인천 '5·3 민주항쟁' 꼭 기억하자

황남건 기자 2024. 5. 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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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민주항쟁 법적지위 얻었지만
예산 줄고 기념관 건립 지지부진
시민 인식 높일 대안 마련 시급
市 “추경으로 사업비 확보할 것”
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옛시민회관쉼터에 ‘다시 부르마, 민주주의여!’라고 적힌 ‘인천 5·3 민주항쟁’ 기념비가 서 있다. 기념비 밑엔 거뭇한 소변자국이 있다. 황남건기자

 

“인천시민 모두가 38년 전 5·3 민주항쟁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2일 오전 7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옛시민회관쉼터. 조그마한 공원 한가운데 ‘인천 5·3 민주항쟁’ 기념비가 외로이 서 있다. ‘다시 부르마, 민주주의여!’라고 적힌 기념비 글씨 밑엔 거뭇한 소변 자국이 있다. 바로 옆 민주항쟁 정신 기념비에도 음료를 쏟은 듯한 끈적한 액체로 얼룩져 있다. 여기는 지난 1986년 5월3일 인천시민과 학생·노동자 등 수만명이 모여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대규모 민주화 운동을 벌인 곳이다.

문재용씨(64)는 “인천 시민들이 민주화를 외친 역사는 사라지고, 지저분한 기념비만 서 있다”며 “최근엔 노숙자들이 기대고 자거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유민씨(23)는 “매일 지나는 곳인데 기념비가 있는지도 몰랐다”며 “인천 민주주의 역사를 알릴 기념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 5·3 민주항쟁이 법적 지위를 얻은 지 1년여가 지났지만, 기념관 건립은 지지부진하고 지자체의 지원 예산은 되레 줄어드는 등 법 개정이 유명무실하다. 지역 안팎에선 인천의 민주화 운동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각종 기념 사업 확대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을 높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86년 5월3일 인천 미추홀구(옛 남구) 시민회관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 중인 모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인천시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해 7월27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개정, 5·3 민주항쟁을 명시하는 등 기념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정부 지원을 받아 인천 5·3민주항쟁의 역사와 발자취를 올바로 정립하고, 온전히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5·3 민주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후속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설립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최근 시는 인천연구원에 정책연구과제로 기념관 설립 타당성 분석 및 장소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지 및 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020년에도 기념관 설립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옛시민회관쉼터 등을 후보지로 정했지만 예산 확보 등을 하지 못해 결국 백지화했다. 반면, 부산·대구 등 타 지자체는 이미 민주화 운동 역사를 기념하는 시설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5·3 민주항쟁의 기념사업을 전담하는 인천민주화운동센터의 예산은 지난해 4억원에서 올해 2억여원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센터는 올해 상반기 5·3 민주항쟁 기념행사와 하반기 희생자 추모식을 할 뿐, 별다른 기념 사업은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우재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전 이사장은 “5·3 민주항쟁이 법적으로 인정받았지만, 되레 예산은 줄어 기념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가 의지를 갖고 기념관 건립에 속도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또 시민들이 5·3 민주항쟁 등을 기억할 수 있도록 역사 교육과 기념 사업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선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관련 사업비 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기념관 건립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 내부적으로 설립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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