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전쟁’ 뛰어든 K스타트업 “8시간 연속 보행, 곧 세계신기록 세울 것”

채제우 기자 2024. 5. 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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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똑똑! 스타트업] 사족보행 로봇 8시간 연속 작동...스타트업 경진대회 대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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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로보틱스 황보제민 대표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 있는 연구실에서 자사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1'을 설명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네 발 달린 로봇이 깊은 산속을 누비며 조난자를 찾고, 군사 기지에서 순찰을 도는 풍경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한때 ‘로봇 강아지’ 정도로 취급됐던 사족보행 로봇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며 진화를 거듭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중국 유니트리 등 각국의 로봇 강자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로봇 대전(大戰)’의 서막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황보제민(36) 대표가 이끄는 라이온로보틱스도 최근 이 치열한 싸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황보 대표는 “라이온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창업한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기술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2′는 8시간 연속 보행 등으로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WEEKLY BIZ는 ‘혁신의 씨앗’ 스타트업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시작으로 지난달 26일 대전광역시 KAIST 본원에서 골리앗(글로벌 대기업)들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는 사족로봇 스타트업의 포부를 들어봤다.

◇스타트업의 기개

-사족로봇 업계 톱이라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넘어설 수 있겠나.

“보스턴다이내믹스뿐 아니라 다른 로봇 기업들과 견줘도 우리 기술력은 뛰어나다. 대표적으로 최신작인 ‘라이보2′는 8시간 연속 보행이 가능하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기록으로, 2위 기록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다른 업체들은 작업하지 않는 시간까지 포함한 작동 시간(Operation Time) 기록을 냈는데, 라이보2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속 보행 시간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술적 격차가 작지 않다. 전작인 라이보1은 보행 속도가 초당 3.8m였는데, 라이보2는 6m로 더 빨라지기도 했다.”

-대기업들과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사업 자금과 연구 설비 등에서 차이가 날 순 있지만, 개발 역량은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모든 연구 분야는 현재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분야를 리딩할 수 있는 전문가를 구하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리는 KAIST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직접 가르치고, 지분을 주면서 회사의 또 다른 주인으로 모셔온다. 사족보행 로봇 분야에서만큼은 연구진의 역량과 기술력이 국내 1위인 이유다.”

◇경진대회 1위의 비결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도전 K-스타트업’이라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우리 팀은 2021년 말 삼성전자가 지원한 프로젝트를 통해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1′을 만들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보행 기능 등을 업그레이드시켜 출품했는데 덜컥 대상을 타게 됐다. 처음에는 연구로만 접근했는데, 라이보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인정받는 로봇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창업까지 하게 됐다.”

-어떤 인공지능인가.

“인공지능은 로봇이 움직이는 와중에 실시간으로 어떻게 물체를 피하고, 어떤 길을 택할지 판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앞에 방지턱이 있으면 이를 돌아서 갈지, 뛰어넘을지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이를 위한 최적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식이다. 이런 세밀한 동작에 필수적인 ‘경로 계획’과 ‘동작 제어’ AI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굳이 사족보행 로봇을 만드는 이유는.

“일반 로봇과 달리 사족보행 로봇은 계단·문턱 등 장애물을 쉽게 통과할 수 있고, 모래나 풀밭 등 야외 환경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이에 공장이나 군용시설 등 곳곳에서 감시, 순찰, 상태 점검과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과거엔 지형지물 파악을 위한 공간 인지 기능, 배터리 성능 등의 한계로 상용화가 어려웠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 등으로 기술적 한계들이 보완되며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 중구 브이스페이스에서 열린 '도전! K-스타트업 2023 왕중왕전'에서 예비창업리그의 왕중왕(대상) 황보제민 라이온로보틱스 대표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시작은 미약하지만

-라이보2에 ‘러브콜’을 보낸 기업들은 있나.

“지난달 한 외국계 기업이 라이보2를 한 대 구입했고, 구두로 추후 계약도 약속을 받았다. 현재 판매 단가는 한 대당 약 1억원이지만, 올해 계획대로 수십 대 규모로 생산이 된다면 내년부터 5000만원대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단가는 낮아지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3000만원대가 목표다.”

-투자액, 직원 규모는 어떻게 되나.

“최근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퓨처플레이로부터 총 32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회계 담당 임원 1명과 연구자 3명을 모집해, 현재 회사에는 나를 포함해 총 5명이 있다. 올해 안에 라이보2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고, 직원을 10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라이온로보틱스의 최신작 '라이보2'/라이온로보틱스 제공

◇글로벌 로봇 판세는

-로봇 산업은 어느 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중국의 성장성이 가장 크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만큼 제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좋다. 정부의 직접 투자, 세제 혜택 등도 상당하다. 최근 중국에 출장을 가서 로봇업계 사람들을 만났는데, 투자금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의 10배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선 연구·개발 역량은 없지만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명하는 기업들이 적잖다. 이보다는 실력 있는 첨단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향후 계획은.

“사족보행 로봇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몇십만 대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구 감소로 공장에서 야간 순찰을 하고, 군사 시설에서 보초를 서는 등 많은 일을 로봇이 대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족보행 로봇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점차 모든 동적 로봇으로 개발 분야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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