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3세' 경영 복귀?…구지은 글로벌 야심 '흔들' [유통팔달]

정보윤 기자 2024. 5. 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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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잠잠하다 했던 아워홈의 남매들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습니다.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다른 여동생과 손잡고 구지은 부회장의 이사직을 위협하는 형국입니다. 

대신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본인 아들의 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나서 구지은 부회장의 '글로벌 아워홈' 야심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정보윤 기자, 구지은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퇴출당하게 생겼다고요? 

[기자]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지난달 17일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한 달 뒤인 다음 달 3일 만료됩니다. 

그간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구지은 부회장의 언니이자 구본성 전 부회장의 여동생인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편으로 돌아서 반대표를 던졌는데요. 

구지은 부회장 대신 구미현 씨와 남편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앵커] 

아워홈은 잊을 만하면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인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고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유지로 네 남매가 엇비슷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로 최대주주이고, 장녀 미현 씨 19.28%, 차녀 명진 씨 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만큼 세 자매 중 한 명만 설득하면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미현 씨 설득에 성공하면서 아워홈 경영권은 새로운 사내이사 미현 씨에게 넘어갈 전망입니다. 

다만, 미현 씨 부부가 경영 경험이 없는 만큼 추후 전문경영인 선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승기를 잡은 구본성 전 부회장,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고요? 

[기자] 

새로운 사내이사로 자신의 장남을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구미현 씨 부부 2명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자본금 10억 원 이상의 기업은 최소 3명의 사내이사를 둬야 합니다. 

현재 1명의 이사를 더 선임해야 하는 겁니다. 

그 후보로 구본성 전 부회장은 2명을 올렸는데 본인의 맏아들 구재모 씨와 측근인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 씨입니다. 

구재모 씨는 구본성 부회장 시절인 지난 2019년 아워홈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거쳐 2020년 사내이사 자리에 오르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되면서 구재모 씨도 이사회를 떠나게 됐습니다. 

아워홈 측은 임시주총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구지은 부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6월 3일 전에는 주총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도 꽤 오래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아워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8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4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 수업을 받아 왔습니다. 

2015년에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승계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였는데요. 

이듬해인 2016년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남매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장녀 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구지은 부회장은 경영권에서 밀려나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이동했습니다. 

[앵커] 

이후에도 구미현 씨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쭉 해온 거죠? 

[기자]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20년 보복운전 혐의로 입건됐고, 2021년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미현 씨는 다시 구지은 부회장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세 자매가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자는 '공동매각합의서'를 체결하고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겁니다. 

그러면서 구지은 부회장이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미현 씨가 다시 등을 돌리게 된 건 배당 문제 때문입니다. 

구 부회장이 위기 경영 차원에서 '무배당 방침'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한 미현 씨가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 공동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세 자매의 '공동매각합의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며 지분 매각은 무산됐습니다. 

[앵커] 

아워홈 지분 대부분을 네 남매가 가지고 있다 보니 유독 배당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은데요? 

[기자]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있을 땐 고배당 정책을 썼었습니다. 

이때 아워홈의 배당금 규모가 2016년 68억 원에서 2020년 775억 원까지 4년 사이에 11배 넘게 뛰었습니다. 

그런데 구지은 부회장 체제로 바뀐 뒤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배당 규모가 지난해 60억 원으로 다시 확 줄었습니다. 

특히 구미현 씨는 가정주부로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다 보니 아워홈 배당금이 유일한 생활자금인 셈인데 구지은 부회장의 배당금 축소가 달가울 리 없던 겁니다. 

때문에 미현 씨는 오빠와 다시 손을 잡고 아예 아워홈을 팔아 현금을 챙길 계획도 세우게 됩니다. 

2022년 매각 추진 당시 자문사였던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책정한 아워홈 기업가치는 2조 원으로 매각이 이뤄질 경우 두 사람이 쥐게 될 돈은 1조 원이 넘습니다. 

[앵커]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구도인듯한데, 이대로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을 뺏기게 된다면 아워홈이 다시 매물로 나올 수도 있겠네요? 

[기자]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 연합으로 구지은 부회장이 완전히 이사회에서 나가게 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2위 식자재유통 급식업체로 성장한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 9835억 원, 영업이익은 76%나 증가한 943억 원을 올렸는데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지 3년 만에 구지은 부회장 체제 하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구 부회장이 핵심 과제로 삼은 글로벌 사업 실적이 13% 증가하며 미국, 유럽 등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잃고 퇴출될 위기에 처하면서 '글로벌 아워홈'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인데요. 

구 부회장 입장에선 우호적인 투자자를 확보해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미현 씨 지분을 사 오는 것 외엔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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