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신뢰 방정식

2024. 5.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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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조직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답할까.

어떤 관점을 갖고 있든지 간에 신뢰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이른바 자기결정권으로 수렴된다.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에 제기될 수 있는 이러한 위협은 결국 신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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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조직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뭐라고 답할까.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 동료들과의 대화가 결국 올해 한·스위스 혁신주간의 주제로 이어질 줄, 그때는 몰랐다.

신뢰는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데 기본 바탕이 되며, 안정감을 심어줌으로써 인간관계를 쌓아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이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세상에서 신뢰는 디지털 기기에까지 스며들어 있는 일상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한 번의 클릭에도 개인정보의 취약성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신뢰라는 것은 사람 간의 관계와 디지털 영역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떤 요소를 바탕으로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신뢰가 형성되는 것일까.

대사관에서 직원들이 모여 있을 때 한 한국 직원이 말했다. "정부와 은행이 그래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죠." 그리고 다른 몇몇 사람들도 이에 동의했다. 한국에서는 은행 앱을 사용할 때마다 여러 보안 단계를 거쳐야 되니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물론 필자도 동의했다. 반면 스위스의 한 동료는 이런 강제적인 단계는 개인이 어떤 통제 안에 있다는 느낌을 주며, 이 때문에 '신뢰'라는 개념의 본질과 모순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역시 일리가 있지 않은가.

두 나라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국과 같이 위계적 시스템의 특징이 비교적 강한 나라에서는 개인이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꽤나 신뢰하는 반면, 스위스와 같은 상향식 시스템에서는 당국의 지침보다는 개인과 민간 공동체의 의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어떤 관점을 갖고 있든지 간에 신뢰에 대한 논의는 결국 이른바 자기결정권으로 수렴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로 정의되는 이 개념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하는지, 데이터 보호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가 어떻게 개인정보를 추적해 개인과 사회의 의견과 행동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인식과 고려가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에 제기될 수 있는 이러한 위협은 결국 신뢰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뢰 구축은 디지털 혁신과 개인 및 조직의 책임을 연결하는 과학 외교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의 주제로 '신뢰의 재구축'을 선정하고, 세계 지도자들이 이 주제로 논의할 수 있는 특별한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했다. 스위스에서 다뤄진 신뢰에 대한 논의는 일상생활의 디지털 전환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어진다. 오는 5월 주한스위스대사관에서 개최되는 한·스위스 혁신주간에서는 정치, 과학, 비즈니스,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용하는 '신뢰방정식'에 대해 한국과 스위스의 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 공개 대담, 워크숍 등이 개최될 예정이다. 과학 외교를 위한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길 기대해 본다.

[알렉산드라 아피첼라 주한스위스대사관 과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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