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한국의 숨은 글로벌리스트

2024. 5. 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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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전에 필자는 새로운 출발을 했다.

한국의 가장 위대한 자원은 인적 자원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던 필자는 오늘날 한국, 한국 기업, 한국 문화에 세계가 열광하게 만든 주인공 한국인들을 발굴해서 국제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글로벌리스트'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의 토크쇼를 시작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주간 프로를 시작하면서 과연 매주 적당한 글로벌리스트를 발굴하고 또 섭외할 수 있을지, 과연 한국에 그만한 글로벌리스트가 그리 많을지, 석 달쯤 하면 소재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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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오징어게임급 한류가뭄
韓위상 주춤할까 우려하지만
美히트앱 '눔' 창업자 정세주
기아 해결사 한상기 박사 등
각자 위치서 나라를 빛내

1년 반 전에 필자는 새로운 출발을 했다. 이전에 대표를 역임했던 아리랑국제방송에서 새 토크쇼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의 가장 위대한 자원은 인적 자원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던 필자는 오늘날 한국, 한국 기업, 한국 문화에 세계가 열광하게 만든 주인공 한국인들을 발굴해서 국제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글로벌리스트'라는 다소 진부한 이름의 토크쇼를 시작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방영되는 주간 프로를 시작하면서 과연 매주 적당한 글로벌리스트를 발굴하고 또 섭외할 수 있을지, 과연 한국에 그만한 글로벌리스트가 그리 많을지, 석 달쯤 하면 소재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과연 한국의 글로벌리스트란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한 개념도 뚜렷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BTS, 혹은 외교부 장관 같은 인물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과 비슷한 인물들을 섭외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어느새 1년 반이 지났고 벌써 80회를 훌쩍 넘었다. 80명 이상의 글로벌리스트들을 출연시켰지만 결국 반 전 총장도, BTS도 섭외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성과를 얻었다. 80여 회를 방영하며 깨달은 것은 우리가 모르는 한국의 글로벌리스트들이 세계 도처에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공해서 한국을 빛내고 있었다.

첫 회에 출연한 재미작가 이민진. 잘나가는 미국 변호사였던 그녀는 한국인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본인과 같은 재미교포 이야기를 전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그리고 10년의 철저한 조사와 역사 고증을 거쳐 출고한 전 세계 베스트셀러 '파친코'가 대표작이다. 그녀는 이런 작품을 통해 세계가 모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하고자 했다.

이 작가 출연 다음 몇 주 후 출연자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건강 및 웰빙 앱 눔(Noom)의 창업자 정세주. 20년 전 20대의 이 청년은 단돈 500만원을 들고 미국으로 떠나 현재 37억달러 가치의 기업 눔을 경영하며 미국 내 5000만명의 사용자에게 건강과 웰빙 혜택을 제공한다. 이제 회장이 된 이 청년은 성공적인 사업을 운영할 뿐 아니라 미국 시장의 성공을 꿈꾸고 있는 많은 한국인 창업자 후배들에게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수많은 창업 세미나와 코칭 행사의 단골 출연자이기도 하다.

80대의 한상기 박사는 세계 유일한 한국인 나이지리아 추장이다. 그는 젊음을 바쳐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에서 그 나라의 주식인 카사바를 연구하고 병충 피해에 내성이 강한 품종을 개발해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의 8억 인구를 기아로부터 구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뿐 아니라 현지에서 농촌 지도자, 후계 유전학자들을 육성하였다.

이들을 비롯하여 80명의 글로벌리스트 중 골프 선수 박인비, 피아니스트 손열음, '파묘' 감독 장재현 등 사회 유명 인사들도 다분하다. 그러나 유명하든 아니든 이 모든 글로벌리스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을 빛내고 있었다.

우리는 세계가 한국에 열광하는 것이 단지 K팝 가수들이나 '오징어게임'과 같은 인기 있는 K드라마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BTS 멤버가 입대해 그룹이 해체되고 '오징어게임'의 뒤를 이을 후속작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한다.

그러면 한국과 한국 문화가 추락할까 우려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기우일 뿐이고, 한국의 장래는 여전히 밝다. 필자가 만난 80여 명의 글로벌리스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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