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업종별 세분화 가이드라인 필요…"공시 부담" 목소리도

박수현 기자 2024. 5. 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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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⑦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기업 측에서는 업종별, 시장별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밸류업의 초점이 주주환원에만 맞춰지지 않도록 노력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사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축사 △주제발표 △패널토론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정지헌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정 상무는 올해 중 미국, 유럽 등에서 글로벌 투자자 대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상장기업 간담회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안) 주요내용'에 대한 발표를 맡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상장사는 기업개요·현황진단(사업현황, 재무지표, 비재무지표),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소통 등 여섯가지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참여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긴다. 참여 기업은 자발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계획서를 올리게 된다. 이 실장은 기업들이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또래 집단의 압력)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자문단' 위원장인 조명현 고려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이날 토론에는 박민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이효섭 실장, 정지헌 상무 등을 비롯해 기업, 기관, 학계, 정부 및 유관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기업 측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업종별, 시장별로 세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천기성 CJ제일제당 재경실 부사장은 "금융업, 지주사와 같이 설비투자가 없는 업종과 저희 같은 제조업은 다르다"라며 "제조업은 유지보수나 신규증설 비용 등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 업종별 세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차이를 인식해 밸류업의 초점이 주주환원에만 맞춰지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박현수 고영테크놀로지 경영기획실장은 "코스닥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비교해 물적, 인적 자원이 적은 기업이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보다는 고성장을 추구하는 모험적인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주주환원을 공격적으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눈높이에 맞는 평가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미 기업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공시가 많은 만큼 부담 경감을 위해 보고서 통합을 고민해달라고도 했다. 천 부사장은 "실무적인 측면에서 사업보고서, 지배구조보고서, 2026년부터 ESG 공시에 기업가치 제고계획까지 공시하고 평가 받는 건 부담이 된다"며 "보고서 통합을 고민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선별된 정보가 기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은 "공시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보 사용자 입장에서는 재무적 의사결정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정보가 기재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거래소는 앞으로도 다양한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청취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지헌 상무는 "자본시장연구원과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이야기를 나눴도 가이드라인에 여러 지표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시장의 평가로 피드백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사례가 축적되며 더 자리를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국장은 "높아진 개인투자자 비중과 적극적인 의견 표명 증가가 이미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라며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은 그 추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하는 촉매제다. 유관기관과 함께 (밸류업 프로그램이) 새로운 방향과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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