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넘어 유럽·중동까지 들끓는다…전 세계로 확산한 반전 시위

송지유 기자 2024. 5.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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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이스라엘" 외치는 대학가 시위 현장…
뉴욕서 또 300명 체포, 미 전역서 1500명 붙잡혀…
미 하원은 '반 유대주의' 제한법안 가결…
트럼프 "컬럼비아대 학생 체포, 아름다운 광경"
30일(현지시간) 늦은 밤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진입한 뉴욕 경찰들이 농성중인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손목을 타이로 묶어 연행하고 있다. 경찰은 교내 해밀턴홀 주변에 진치고 있던 학생 시위대를 힘으로 밀어부쳤다. 2024.05.0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시작된 대학가의 반전 시위가 미 전역을 넘어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세계가 '친 팔레스타인'과 '친 이스라엘'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이번 반전 시위로 체포된 사람이 이미 1500명을 넘어섰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대학가는 대혼돈에 빠졌다. 미 하원은 '반유대주의 인지법(Antisemitism Awareness Act)'을 통과시키는 등 이스라엘 비판 시위를 제재할 근거를 마련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AFP·AP·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동부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가 유럽·중동·아프리카 주요국가를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 50여개 대학 캠퍼스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인 시앙스포 파리 캠퍼스에선 팔레스타인 위원회 소속 학생들을 비롯한 학생 수백명이 건물 점거 농성에 나섰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리즈대·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워릭대 등 캠퍼스에서도 친 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렸다. 이탈리아와 호주, 캐나다 등 일부 대학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의 대학가도 반전 시위 열기로 뜨겁다. 쿠웨이트와 레바논, 이집트와 튀니지 등에선 학생들이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튀니지 대학생들은 일주일간 수업 중단을 선언한 채 전국 각지에서 거리를 행진하며 반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위 참가자 중 일부는 미국 대학생들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의 한 학생은 "미국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이 아닌데도 인접국인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하는데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우리는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리옹 대학가 반전 시위 모습/AFPBBNews=뉴스1
레바논에서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AFPBBNews=뉴스1

미국 내 반전 시위를 둘러싼 갈등은 더 격화하는 분위기다. 전날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 등에선 시위대 300여명이 한꺼번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컬럼비아대 시위대가 교내 해밀턴홀을 점거하자 경찰이 건물 2층 창문을 통해 진입, 섬광탄과 망치를 사용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선 친 팔레스타인과 친 이스라엘 시위대의 폭력 충돌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양측은 밀치고, 발길질하고, 둔기를 휘두르는 등 2시간여를 대치하다 경찰의 진압으로 분리됐다. UCLA는 이날 수업을 취소하는 한편 학생과 주민들에게 시위대 충돌 현장에 접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 당국에 따르면 반전 시위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는 대학 캠퍼스는 최소 32곳이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미 전역 대학교에서 친 팔레스타인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누적 인원은 약 1500명에 달한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건물을 검거하자 미국 뉴욕경찰(NYPD)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고 있다. 2024.05.01 ⓒ 로이터=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UCLA 캠퍼스를 점거한 반전 시위대의 텐트/AP=뉴시스
미국 애틀란타 에모리대학교 반전 시위에 참가한 학생이 경찰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AP=뉴시스

가자지구 충돌이 전 세계 갈등으로 번진 요인으로는 인종 차별, 대량 학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에 전폭적 지지를 보낸 배경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부채의식이 깔려 있는데 정작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3만5000명이 사망하자 여론이 돌아선 것이다. 물론 하마스의 선공이 있었지만 압도적 군사력으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이스라엘의 행태가 선을 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 내에 공권력이 투입돼 학생들을 체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표현의 자유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분노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있다. 기성세대는 유대인을 피해자로 여기는 반면 젊은 층은 팔레스타인을 약자로 보는 등 세대 간 견해차도 존재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가자지구 전쟁을 쟁점화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반유대주의 인식법(Antisemitism Awareness Act)'을 찬성 320표, 반대 91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반유대주의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으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대학 내 반 이스라엘 시위를 제재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 유세현장에서 "뉴욕경찰의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며 "성난 미치광이이자 하마스 동조자들을 굴복시켜 캠퍼스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디에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가 시위 확산 사태와 관련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인에게는 평화적 시위 권리가 있지만 무력을 사용한 건물 점거는 평화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시건주 프리랜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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