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 정원 공개…尹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정윤경 기자 2024. 5. 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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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 공개…1500명 안팎
의협회장 “한심한 정책…의료농단 바로 잡아야”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을 확정하면서 의대 증원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사건건 부딪혀 온 여야는 의대 증원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정부로서는 의료계 설득과 전공의 등과의 소송,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심의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2일 교육부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상 의대 모집 인원을 공개했다. 정원이 늘어나는 의과대학 32곳 가운데 31곳이 내년 모집인원을 확정하면서 의대 증원 규모는 1489~1509명으로 정해졌다. 9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가 모두 증원분의 50%만 모집해 당초 정부가 계획한 '의대 증원 2000명'보다는 규모가 줄었다.

정부는 야당의 합의와 국민적 공감에 힘입어 의대 증원 정책의 박차를 가했다. 4월29일 영수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대 정원 등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정부 취임 직후 야당이 협력의 뜻을 밝힌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의대 증원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호재였다. 4월22일 여론조사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서울신문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의뢰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필수·지역의료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70.6%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란 응답은 17.7%에 그쳤다. 적어도 1500명 이상 의대 증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는 53.9%에 달했다. 4·10 총선 참패에도 정부여당이 의대 증원 정책을 놓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의료계 설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에도 꿈쩍 않고 있다. 이날 취임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의료 농단'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과학적인 근거 제시를 통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한심한 정책인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의료 농단이자, 교육 농단을 바로잡는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불리는 임 회장의 취임으로 의·정간 대화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불참했다. 임 회장은 앞서 "(보건복지부 차관과) 일대일 대화를 했는데도 (의견이) 반영이 안 되는데 이런 회의에 왜 들러리로 나가야 하는지 근본적 회의가 있었다"며 '특위 보이콧'을 시사한 바 있다.

의협은 정부가 아닌 전공의, 의대 교수 등과 함께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협의체 구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의료계가 내분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임 회장과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며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의협과 선을 그었다. 임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사분오열돼 패배주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철저한 통제 속에 옴짝달싹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간절한 바람일 것"이라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5월2일 오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줄줄이 이탈한 의료진 "이제 민주당도 못 믿어"

의료계가 내부 불협화음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운데 의료진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두 달 넘도록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에 이어 일반 환자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의대 증원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현장을 떠나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이대로 정부가 증원을 확정하면 사직서를 수리해 달라는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영수회담 이후) 이제 민주당도 믿을 수 없다"며 "나중에 우리한테 무슨 칼을 꽂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도 "전공의 복귀에도 '명분'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이대로라면 우수한 한국 의료가 계속 무너질 것이고 남은 건 파국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 전공의, 의대생과의 소송전을 위해 증원 처분과 관련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 측에 '증원분 2000명'의 근거를 5월1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모집 인원은 대교협의 심의를 통해 확정된다. 대교협은 심의를 통해 전형 절차, 방법 등에 이상이 있는지 살핀다. 대교협 심의가 완료돼야 대학은 변경된 내용을 바탕으로 대학별 수시 모집 요강을 공개할 수 있다. 정부는 대교협 심의로 인해 의대 증원 정책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학 총장을 비롯한 학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나온 결과인 만큼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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