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앞으로 `미래 비전`도 공시한다…"신뢰성 담보는 숙제"

김남석 2024. 5. 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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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FCF·주주환원율 등 구체적 수치 제시
인수합병이나 연구개발 투자 계획도 공시
자율성 강조했지만 감시기능 강화는 빠져
"기업 공시 내용 신뢰도 담보 방안 필요"
2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2차 공동세미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프로그램'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기업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현재 구체적인 재무지표와 함께 향후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투자정보 등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기업가치제고'에 초점을 맞춰 시장의 오해가 있는 부분을 기업이 직접 해명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업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도 제시한 비전을 실제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기업가치제고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기업이 쪼개기 상장 등 지배구조 관련 부정적 이슈는 빼고 긍정적인 면만 내세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을 위한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장사들이 개별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기업개요부터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평가 등을 제시해 투자자의 이해편의와 비교 가능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지표로는 재무제표 중에서는 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수익률, 주주환원율 등을 제시했다. 비재무지표로는 지배구조와 사회적책임 등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

이후 재무지표나 비재무지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익성, 성장성, 지배구조 개선 계획 등을 제시하도록 했다.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주주환원 확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준비된 기업부터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와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업 참여 유도를 위해 자율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면서 기업이 제시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시의 목적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인 만큼 기업은 긍정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계획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이 제시한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기업의 공시 여부나 내용에 대한 진정성은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진정성이 있는 계획이 공시가 되고 시장 평가가 우수해 해당 기업에 투자가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도 한번 믿어달라라고 하는 기업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악의'를 가지고 허위사실을 공시하거나 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유도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되지만, 실제 계획을 부풀려 공시한 뒤 일부만 이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악용할 수 있다. 미래 계획에 대한 공시가 거시경제 상황 변경 등에 따라 이행이 어려워질 경우 면책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는 기업이 공시를 통해 '모자회사 중복상장'(쪼개기 상장)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 '터널링'(지배주주 사익을 위해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 등에 대해 투자자에게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공시 내용 역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기업에 불리한 내용은 제외하고,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되는 요소만 선택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문제도 남는다.

정부는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할 경우 세제혜택이나 밸류업지수 편입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기업의 미래계획 공시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 등의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시장에 미래 비전을 설명하고 오해에 대한 해명을 내놓을 수 있지만,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미흡하다"며 "기업이 '악의'를 가지고 속여야만 처벌이 가능한데, 고의와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 기업이 공시한 내용을 어떤 기준으로 이행 여부를 파악할 것인지 등 감시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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