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4m 눈 속 다이빙에도 이 여우가 웃는 이유

김지숙 기자 2024. 5.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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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지방에 사는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는 작은 설치류를 잡을 때 특이한 사냥법을 선보인다.

이 여우들은 어떻게 빠른 속도로 눈 속에 처박히고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미국 뉴욕주 코넬대 정성환 교수(생물·환경공학) 연구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한 논문에서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는 다른 고양이과나 개과 동물, 그리고 여우속 다른 종들과 비교해 주둥이가 좁고 길어서 눈 속으로 뛰어들 때 충격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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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코넬대 연구진, 퓨마·스라소니·여우 두개골 비교
길고 좁은 주둥이가 눈 속 낙하 때 충격 줄여줘
추운 지방에 사는 붉은여우와 북극여우의 독특한 사냥방식이 길고 좁은 주둥이 덕분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정성환/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추운 지방에 사는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는 작은 설치류를 잡을 때 특이한 사냥법을 선보인다. 뛰어난 청각을 활용해 눈 속에 숨어있는 쥐, 두더지 등의 위치를 파악한 뒤 공중으로 뛰어올라 최대 초속 4m의 속도로 눈더미로 뛰어들어 기습적으로 먹잇감을 잡는다. ‘마우징’(Mousing)이라고 불리는 이 사냥법은 다른 여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만의 독특한 행동이다.

이 여우들은 어떻게 빠른 속도로 눈 속에 처박히고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미국 뉴욕주 코넬대 정성환 교수(생물·환경공학) 연구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한 논문에서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는 다른 고양이과나 개과 동물, 그리고 여우속 다른 종들과 비교해 주둥이가 좁고 길어서 눈 속으로 뛰어들 때 충격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붉은여우의 사냥 모습을 느리게 촬영한 장면. 디스커버리채널 갈무리

연구진은 먼저 두 종의 여우가 어떻게 눈 속으로 뛰어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마우징에 성공한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에서 여우들은 눈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기 위해 위쪽으로 50~60㎝ 정도 뛰어올랐고, 거의 수직에 가깝게 ‘다이빙’했다. 여우가 점프하는 최대 높이와 낙하 시간을 계산한 결과, 여우가 눈에 충돌하는 속도는 2~4㎧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동작의 비결이 여우의 두개골에 있을 것으로 보고 고양잇과 동물인 퓨마와 스라소니, 갯과인 여우 13종의 두개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갯과 동물은 고양잇과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긴 주둥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붉은여우와 북극여우의 독특한 사냥법인 ‘마우징’ 모형도(왼쪽)와 북극여우의 마우징 동작 때 주둥이의 속도와 위치를 추적한 데이터. 정성환/미국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주둥이의 형태는 동물의 사냥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퓨마와 스라소니 등 고양잇과 동물은 주둥이가 짧은 대신 무는 힘이 강해 단독 사냥이 가능하지만,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지닌 여우들은 사냥감을 무는 물리적 힘이 약해 무리 지어 사냥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추운 지방에 사는 붉은여우와 북극여우의 독특한 사냥방식이 길고 좁은 주둥이 덕분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여우들 가운데서도 붉은여우와 북극여우는 상대적으로 주둥이가 더 긴 편이다. 붉은여우는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사막, 숲, 초원 등에 서식하지만, 북극여우는 북극 툰드라 지대에서만 산다. 그런데도 두 종이 비슷한 주둥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독특한 사냥 행동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개골 형태에 따른 충격을 알아보기 위해 일반적인 북극여우와 납작하게 조작한 두개골 모형을 50㎝ 높이에서 눈 속으로 떨어뜨리는 낙하 실험도 진행했는데, 주둥이는 길쭉할수록 충격을 덜 받아 부상 가능성이 작았다. 정성환 교수는 “긴 주둥이는 마치 눈을 액체처럼 옆으로 밀어내서 충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우가 눈 속으로 빠르게 다이빙해도 다치지 않고 사냥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두개골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인용 논문

PNAS, DOI: 10.1073/pnas.2321179121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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