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같은 인형·배우의 영혼 조화"…가무극 '천 개의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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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자 기다란 인형을 오른쪽 옆구리에 낀 배우가 나타나 노래를 시작했다.
그의 발치에선 또 다른 사람이 쭈그려 앉아 인형의 다리 관절을 조심스레 움직이며 한 발짝씩 나아가게 했다.
그러는 동안 또 한 사람은 인형의 오른팔을 굽혔다 폈다 반복했다.
콜리 역을 맡은 배우가 주로 인형의 머리를 조종하면서 대사와 노래를 소화하고, 인형술사 2명이 각각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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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뮤지컬 도전 오마이걸 효정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에 감동"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찬란하다…하늘, 좋아한다, 바라본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이 흐르자 기다란 인형을 오른쪽 옆구리에 낀 배우가 나타나 노래를 시작했다. 그의 발치에선 또 다른 사람이 쭈그려 앉아 인형의 다리 관절을 조심스레 움직이며 한 발짝씩 나아가게 했다. 그러는 동안 또 한 사람은 인형의 오른팔을 굽혔다 폈다 반복했다.
2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서울예술단 창작 가무극 '천 개의 파랑'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건 관절 인형 형태로 구현된 로봇 '콜리'였다.
천선란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공상과학(SF)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2035년을 배경으로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경주마 투데이의 우정을 그린다.
영화 등 영상매체가 아닌 무대예술에서 어떻게 로봇인 콜리를 구현할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서울예술단은 철제 자동 로봇을 제작하는 대신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160㎝ 크기의 수공예 인형을 만들어 무대에 올린다. 이날 연습에선 가품이 사용됐지만 오는 12일 개막 공연부터는 실제 제작 인형이 등장한다.
콜리 역을 맡은 배우가 주로 인형의 머리를 조종하면서 대사와 노래를 소화하고, 인형술사 2명이 각각 팔과 다리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관객은 인형으로 콜리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한편 콜리의 감정은 배우를 통해 전달받는 셈이다.
김태형 연출은 연습 후 인터뷰에서 "인형은 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고 배우는 콜리의 영혼을 보여줄 수 있다"며 "로봇이 단순히 자유롭게 구동하는 모습이 아니라 배우가 캐릭터에 마음을 주는 것을 관객이 볼 수 있길 바랐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콜리를 연기한 배우들은 인형과 한 몸이 돼 연기하는 이 같은 도전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한입으로 말했다.
윤태호는 "몸이 자유롭지 않아서 처음엔 어색했다"면서도 "퍼펫(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배우와 퍼펫이 함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시선이나 동작을 같이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펜타곤 진호 역시 "퍼펫이 저고, 제가 퍼펫인 것처럼 동작을 함께했다"고 강조했다.
수동으로 인형을 움직이다 보니 전개가 느리거나 답답할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론 배우들의 동선이 매우 넓고 안무 역시 역동적이다. 경마장 장면을 표현한 군무가 대표적이다. 배우들이 무대 사방에서 말과 기수, 관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김 연출은 "서울예술단의 자랑이 엄청난 군무를 소화할 수 있는 단원"이라면서 "처음부터 경마 장면은 무용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천 개의 파랑'은 원작 소설이 지닌 따뜻한 메시지를 살리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공정 오류로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된 콜리가 투데이의 고통을 눈치채고 일부러 낙마하는 인간적인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콜리가 자신을 수리해준 소녀 연재와 마음을 나누는 장면도 나온다.
연재 역을 맡은 오마이걸 효정은 "소설을 읽으며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을 보고 감동했다"면서 "점점 더 메말라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만나고 싶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걸그룹 출신인 그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뮤지컬이다.
그는 "정답이 없는 창작극이라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면서 "첫 뮤지컬이라 백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더 어렵게 시작해야 더 멀리 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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