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만나는 박물관…'장애인에게 한 발짝'
[EBS 뉴스12]
장애인은 대표적인 문화 소외계층이죠.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전시회나 박물관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장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유물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전이 마련됐다고 하는데요.
황대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시각을 차단하는 안경을 쓰고 유물 앞에 선 관람객들.
화려한 보관과 뺨에 댄 손가락, 무릎에 다리를 올린 자세를 차례로 만져보며 유물의 형태를 손끝으로 느낍니다.
유물의 이미지를 담은 향까지 음미하자, 명상에 잠긴 부처의 형상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말자막:
"첫 번째 맡았던 향이 화려한 왕관의 반가사유상이었을 거 같고 두 번째는 뭐라고할까 따뜻한 느낌이었거든요. 왕관이 맨들맨들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체험형 전시 학습 공간 '오감'에서는 시각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통해 유물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평소 박물관을 제대로 체험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기회입니다.
지난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전시회를 찾은 장애인은 2퍼센트대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신현빈 / 시각장애인
"(장애인들이) 주눅 들거나 위축돼서 더 안 가거나 못 가게 된 것도 있고 그래서 아직은 (박물관과) 거리감이 좀 있는데 이런 전시가 더 많아진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비장애인 관람객들도 눈으로만 만나던 유물의 새로운 면을 발견합니다.
인터뷰: 김하은 /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만지고 냄새도 맡고 하면서 좀 제가 평소에 그러니까 시각으로만 봤었을 때의 그런 느낌보다 좀 더 깊게 봤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9월 개관한 뒤로 1천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다녀갔는데, 열 명 중 두 명 이상이 장애인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배진희 학예연구사 / 국립중앙박물관
"시각장애인들에게 박물관이라고 하면 굉장히 지루하고 답답하고 재미없는 공간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우리 대표 문화유산을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을 하게 되었고요."
국립박물관 가운데 처음으로 장애 어린이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했습니다.
조명의 밝기와 원하는 색깔을 조절해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러볼을 설치해 박물관의 엄숙함을 덜어냈습니다.
인터뷰: 이민수 학예연구관 / 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 체험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소리라든가 또는 빛이라든가 이런 거에 굉장히 즐겁기도 하겠지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조성하였고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9월부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체험형 전시 공간을 추가 운영할 계획입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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