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위기와 사과가격 급등,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인가?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2024. 5. 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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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사진=서울대

"산지에서는 얼마 못받아... 직거래해야 하는데..."

얼마 전, 귀가 순해져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나이인 이순(耳順)을 훨씬 넘은 어머니께서 비싸진 사과를 깍아주시며 하신 말씀이다. 최근 폭등한 사과 가격에 대해 노인의 직관에 기초한 분석이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농경제학을 전공하는 나의 눈에는 사과 가격 급등의 시기에 산지 생산자의 후생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당국의 정책적 배려에 대한 촌철살인의 평가로 다가왔다.

올해 사과, 배 가격이 폭등했다. 최근에는 배추와 김 등 주요 농수산물 가격도 함께 올랐다. 농경제학자들은 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에 대하여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가장 이순적(耳順的)인 설명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산물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수요는 일정한데, 사과의 경우 2023년 공급이 급감(전년 대비 30% 감소)하여 가격이 천장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했던 주요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가장 큰 글로벌 위기로 기상이변을 선정할 만큼, 기후위기는 우리들의 피부에 와닿아 있는 현상이 된지 오래다.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을 고려하지 않고는 일상적인 농업생산이 어려운 시기가 된 것이다.

폭등한 사과 가격의 대응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급이 부족하여 폭등한 가격이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주면 된다. 문제는 사과의 공급은 완전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당장 공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책 당국은 단기 대책으로 수입 관세 인하라는 할당관세 정책을 통한 대체과일의 해외 공급에 기댄다.

사과의 경우 검역상의 문제로 현재 수입할 수 없어 할당관세 대상 품목이 아니다. 농산물 수입은 과학적인 수입위험분석(Import Risk Analysis)과 SPS(Sanitary and Phytosanitary, 위생 및 식품위생 조치)를 준수하여야 한다. 이는 과실파리류와 같은 외래 병해충의 국내 유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이다. 최근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식물 검역절차 완화 주장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 적용되는 절차를 한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단축하자는 것으로 국가 검역주권의 심각한 침해에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농업경영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책당국은 지속가능성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이 문제 해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는 가격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 가격할인 정책과 같은 단기적인 시장개입 보다는 장기적인 생산 안정 정책이 우위에 있게 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신품종의 개발, 생산 및 유통 기반의 확충 및 생산자의 경영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생산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 중 하나는 재해예방시설의 보급이다. 이번 사과 가격 상승의 주 요인이었던 냉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직접적 조치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과일 생산을 위해 기계화 가능한 스마트 과수원 보급으로 농업 생산성을 높일 필요도 있겠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비롯한 산지 거점의 전속출하체계 구축, 농작물재해보험의 섬세한 설계 등 생산자가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지원책도 중요하다. 생산자의 경영 안정은 생산 안정과 가격 안정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후생에도 도움이 되므로, 산지와 소비지의 경제활동 참여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게 된다.

생산자의 경영 안정이 기후 위기에 따른 생산 변동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첩경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산물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긴 호흡의 근본적인 처방이 요구된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위험과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그 처방에 담겨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관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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