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치른 9억팔의 손저림, 그러나 키움은 이번에도 ‘느림의 미학’으로 버틴다

김하진 기자 2024. 5. 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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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종민.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김인범.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은 지난 1일 퓨처스리그로부터 썩 좋지 않은 소식을 들었다.

이날 경산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삼성과의 경기에서 등판한 장재영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장재영은 사구 하나, 볼넷 2개를 내주고 2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가락 저림 현상을 호소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좋지 않은 징조다. 구단 관계자는 “장재영은 3일 검진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뒤 2021년 키움에 입단하며 계약금만 9억원을 받았던 장재영은 올시즌을 앞두고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만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고 개막 후에도 재활을 계속했다.

이날은 모처럼 부상을 털고 실전 경기를 치르려 했으나 또 다시 몸 상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개막 후 꾸역꾸역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는 키움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키움은 또 희망을 봤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1군 경기에서 선발 투수 이종민이 호투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좌완 이종민은 5이닝 4안타 2사구 2삼진 1실점으로 팀의 6-3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이종민은 성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7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에는 퓨처스리그 다승왕을 차지한 이력도 있다. 정작 1군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2021년에는 2경기 등판했는데 2.1이닝 6실점했다. 2022년에는 아예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군에서 11경기를 소화했다. 그 중 한 경기는 선발 등판이었는데 10월3일 두산전에서 2.2이닝 4실점에 그쳤다.

키움 이종민. 키움 히어로즈 제공



올해는 기존 선발 투수인 김선기가 구원 계투로 보직을 옮기면서 지난달 25일 KIA전에서 첫 선발 기회를 얻었다. 당시 3.2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선발의 역할을 다 했다. 구속은 그다지 빠르지는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2㎞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종민은 침착하게 투구를 펼쳤다. 직구(44개), 커브(16개), 체인지업(11개), 슬라이더(6개) 등을 섞어서 77개의 투구수를 소화한 뒤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상대 선발 박세웅이 5회까지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이종민은 5회 내준 단 한 점 때문에 승리 투수의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키움 타선이 7회 대거 5득점을 뽑아내면서 역전했고 점수차를 지켜내며 2연승을 이어갔다.

키움은 개막 전부터 줄부상이 이어져오고 있다. 가뜩이나 최약체로 분류됐던 팀이라 부상 선수들의 이탈은 전력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올해 ‘화수분’ 야구를 선보이며 새로운 선수들이 기회를 잡고 있다. 이번에는 공은 느리지만 투수의 기본인 제구력을 갖춘 선수들이 기회를 잡아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키움 김인범. 키움 히어로즈 제공



지난달 21일부터는 5선발로 선발진에 합류한 김인범이 자리를 잡았다. 김인범은 지난 4월2일 삼성전에서 구원 등판해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뒤 지난달 21일 두산전에서 선발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6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5회 1실점을 하기 전까지 실점 없는 피칭을 해 19.2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KBO리그 데뷔전 이후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다. 김인범이 삼성전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은 141㎞이었다.

김인범은 “구속이 빠르지 않다 보니 다양한 변화구를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좌우로 던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의 비결을 밝혔다. 그는 “공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제구를 잡는 데 집중하고, 타자와 타이밍 싸움도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이종민도 비슷한 생각이다. 롯데전을 마친 뒤 “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볼 스피드보다 제구력이라고 생각한다. 구속이 느리기 때문에 제구력과 변화구를 중점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구만 던지면 분명히 맞게 된다. 내가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활용해 던지면 타자와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키움 장재영. 정지윤 선임기자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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