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36%를 국민연금에 내라니”…미래세대에 너무 쓴 약사발 [심윤희칼럼]
젊은층에 부담 떠넘기는것
고통없는 개혁은 없다
국회 책임감 갖고 보완해야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두려워한 게 있다. 바로 연금개혁이다. 그는 연금개혁안을 2018년 러시아월드컵 개막일(6월 14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국민 반발이 예상되자 월드컵 열풍에 연금개혁 이슈가 묻히기를 기대한 꼼수였다. 하지만 수급연령을 5~8세 늦추는 개혁안에 대한 반발은 사그라들지않았고 지지율이 폭락했다. 결국 연금 개혁안을 수정하며 한발 물러섰다. 연금개혁이 이토록 진통이 큰 것은 노후에 먹고 살 돈이기 때문이다. 독일 연금 전문가 카를 힌리히스가 연금개혁의 어려움을 육중한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한 것도 그래서다.
지금 한국도 ‘코끼리 옮기기’로 시끌벅적하다. 연금개혁의 공은 현재 국회로 넘어와 있다. 정부가 ‘백지 답안’ 내고 국회와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기때문이다.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은 ‘더내고 더받는’안에 손을 들어줬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인데,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에 56%가 찬성했고, 2안(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은 43%가 지지했다. 기금 고갈 시점이 각각 6년, 7년 늦춰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1안은 70년 후인 2093년 누적 적자가 현행 대비 702조원 늘어나는 반면, 2안은 1970조원 줄어든다는 점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1안대로면 2015년생은 2061년 46살이 됐을때 월급의 35.6%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게 된다. ‘개혁’이라기보다는 미래세대에 큰 짐을 지우는 ‘개악’이다. 미래세대 ‘착취’라는 말도 나온다.

연금개혁이 산으로 가게 된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회피하지 않겠다”며 시동을 걸었지만 지난해 10월 모수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않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개혁안을 만들고 국민을 설득해도 될까말까한데 공론화에 떠넘긴 것은 무책임하다.
달콤하거나 박수받는 연금개혁은 없다. 연금개혁 과정은 ‘잔혹사’라 할 만큼 파란만장했다.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될 1988년 당시 소득대체율은 70%로 ‘저부담·고급여’ 구조였다. 10년후 김대중 정부가 첫 개혁에 나섰다. 소득대체율을 60%로 인하하고 수급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했다.
2차개혁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맡았다. 노정부는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낮추는 개정안과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기초노령연금법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런데 국회가 보완 입법인 기초노령임금법만 통과시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약사발은 엎고 사탕만 먹은 꼴”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 보험료율은 건드리지못하고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데 여야가 합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손도 대지않았고, 문재인 정부는 복지부 초안을 “눈높이에 맞지않다”고 퇴짜놓은 후 무책임한 ‘사지선다’안을 냈다. 보험료율이 26년째 9%에 묶여있게 된 이유다.
국회 연금특위는 공론화 결과를 토대로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하지만 ‘더내고 더받는’ 방안을 놓고 여당은 반대, 야당은 찬성하며 대립하고 있어 순탄치않아보인다.
연금특위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공론화 결과대로라면 아니한만 못하다. 40%까지 낮춰놓은 소득대체율을 50%로 다시 올리자는 것은 퇴보일 뿐더러 미래세대에게 너무 쓴 ‘약사발’을 내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30대인 천아람 개혁신당 당선인은 “미래세대 등골을 부러뜨리는 ‘세대 이기주의 개악’”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구연금’으로 주머니를 분리하자고 제안한 이유도 청년세대에게 짐을 떠넘기지 말자는 취지다. 21대 국회가 미래세대를 위한 합의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그렇게 못할봐에는 22대 국회로 넘기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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