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논쟁에 상폐 논란까지… 락앤락 '밀폐된 미래' [추적+]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사모펀드 어피너티 인수 후 7년
기업가치 제고 못해서 주가 하락
생산공장 매각 · 외주화 추진
부당해고 논란 속 노사갈등
자진 상폐 논란에 소액주주 불만
사모펀드 전략 실패의 부메랑
전통의 락앤락 어디로 가나…
# 1978년 설립한 락앤락은 '밀폐용기' 하나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런 락앤락이 창업주의 손을 떠난 건 2017년.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킨 창업주 김준일 전 락앤락 회장은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락앤락은 논란의 도마에 올라있다. 갑작스럽게 생산공장을 철수해 노동자 부당해고 논란을 부추겼고, 돌연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통의 락앤락은 지금 어디로 가는 걸까.
![1978년 설립한 '락앤락'은 지난 2017년 창업주의 손을 떠나 사모펀드에 인수됐다.[사진=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02/thescoop1/20240502143902877jkqv.jpg)
국내 1위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 락앤락의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유통 중인 주식 30.33%(1314만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락액락의 지분 69.94%를 보유한 어피너티는 잔여지분을 확보한 뒤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현행법상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95.0%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어피너티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750원으로, 공개매수 발표 전날(4월 17일) 종가 8180원 대비 6.9% 높은 수준이다.[※참고: 2022년 9월 이후 올해 3월까지 락앤락의 주가가 5000~6000원대에 머물렀던 만큼 공시 전 주식시장에 공개매수 계획이 흘러 들어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어피너티의 일방적인 발표에 소액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에서다. 어피너티 인수 직후 2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걸어온 만큼 상장폐지 시 손실이 확정되는 주주들이 적지 않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공개매수 저지를 위한 소액주주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개매수 가격은 기업이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소액주주로선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피너티와 갈등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건 소액주주만이 아니다. 2023년 12월 31일을 끝으로 가동을 중단한 안성공장 노동자들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11월 안성공장 노동자들에게 경영 악화를 이유로 조업 중단 계획을 통보했다. '효율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내보내고, 제품 생산을 외주화한다는 게 락앤락의 계획이었다.
수년~수십년간 근무한 노동자들로선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이런 노동자들의 처지는 아랑곳없이 락앤락은 곧바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50여명의 노동자 중 92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27명은 다른 사업장으로 배치됐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31명의 노동자는 끝내 정리해고(1월 31일)됐다. 하루아침에 실직자로 전락한 이들은 사측에 부당해고 인정 및 즉각 복직, 희망퇴직 강요 중단, 외주화와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성공장뿐만이 아니다. 2021년엔 아산공장을 매각했고,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전(深圳) 법인 2곳(북경락앤락무역유한공사·락앤락무역심천유한공사)도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는 서울사업소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손세호 화섬식품노조 락앤락지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안성공장 내 물류센터의 경우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단기계약직 직원을 고용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보장을 약속한 단체협약까지 위반해가며 노동자를 내쫓고 있다는 거다. 이러다 오랜 역사의 락앤락이 껍데기만 남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락앤락은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고 사업을 외주화할 만큼 경영 상황이 악화한 걸까. 실적이 감소세인 건 사실이다. 락앤락의 지난해 매출액은 4848억원으로 전년(5212억원) 대비 6.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억원에서 –21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문제는 락앤락의 실적 감소가 누구의 책임이냐는 거다.
![락앤락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02/thescoop1/20240502093548459creg.jpg)
공교롭게도 사모펀드 체제하에 펼친 전략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그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2018년 락앤락은 밀폐용기를 넘어서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플레이스 엘엘'을 론칭했다. 경기도 안산에 900㎡(약 272평) 규모의 플레이스 엘엘 1호점을 열면서다. 주방용품뿐만 아니라 원목 조리기구·욕실용품·인테리어 소품 등 타사 제품도 들여놨다. 로고에서 락앤락까지 지운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처음엔 점포를 8곳까지 확대했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하면서 2022년 사업을 철수했다. 생활용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데다, 팬데믹 국면에서 오늘의집·29㎝ 등 온라인 생활용품 플랫폼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2020년 "소형 생활가전 시장에 도전하겠다"며 145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제니퍼룸(락커룸코퍼레이션)'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인가구를 타깃으로 미니밥솥·냉장고·쌀통·커피머신 등을 선보였지만 성과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제니퍼룸은 최근 2년 연속 당기순이익 적자(2022년 -10억원·2023년 -11억원)를 냈다. 짚어볼 건 또 있다.
2022년까지 줄곧 흑자경영을 해온 락앤락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일회성 비용'이다. 어피너티 측은 공개매수 관련 공시에서 "2023년 영업적자 211억원엔 안성공장 관련 일회성 퇴직금 비용과 재고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비용 220억원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락앤락의 실적이 쪼그라든 것도,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사모펀드' 어피너티의 전략적 실패와 무관치 않다는 거다.
사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도 있다. 어피너티는 2017년 창업주인 김준일 회장 등의 지분 63.56%를 6293억원(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다. 그런데 인수금액의 절반이 넘는 3750억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락앤락의 기업가치를 높여 적절한 시점에 엑시트(투자금 회수·Exit)했다면 무리가 없었겠지만, 타이밍을 놓치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다.
어피너티가 실적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것도 이 때문이란 시각이 있다. 락앤락은 2022년 98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중 682억원이 최대주주인 어피너티에 돌아갔다. 어피너티는 2017~2018년에도 배당금 113억원(70억원·43억원) 중 60%에 이르는 71억원(44억원·27억원)을 챙겼다. 매각이 여의치 않자 배당을 통해 수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이후 락앤락의 기업가치는 꾸준히 하락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02/thescoop1/20240502093550027xtoh.jpg)

지난해 10월엔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전체 주식의 13.7%(687만여주)를 유상감자했다. 유상감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지급할 399억원 중 278억원이 어피너티의 몫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2월 주주총회에선 자본준비금 2924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락앤락이 배당에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2022년 2419억원에서 2023년 4881억원으로 불어났다.
노조와 소액주주들이 "경영 실패에 따른 피해는 주주와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상장폐지 후) 감시의 눈을 벗어나 막대한 배당금을 챙길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사모펀드의 목표가 수익을 남기고 엑시트하는 것인 만큼 그림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어피너티가 수익성에 집중하는 사이 노동자와 개인투자자 문제뿐만 아니라 락앤락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연 락앤락은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까. 아니면 사모펀드 인수기업의 나쁜 선례를 남길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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