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 맴도는 준위성의 고향, 달의 뒷면은 알고 있다

곽노필 기자 2024. 5.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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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폭 50m 크기의 소행성 카모오알레와
달 뒷면 22km 충돌구서 튕겨나온 듯
준위성 카모오알레와가 떨어져 나온 곳으로 추정되는 지름 22km 크기의 달 뒷면 조르다노 브루노 충돌구. 미 항공우주국의 달정찰궤도선(LRO)이 촬영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위성이 아니면서도 행성의 공전 궤도와 같은 주기로 별을 공전하는 소행성을 준위성이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태양을 공전하지만, 행성 중력의 영향으로 행성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천체다. 그러나 이심률(궤도의 형태가 원에서 벗어난 정도)이 커 궤도의 안정성은 떨어진다.

지구의 경우 지금까지 7개의 준위성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고 있는 준위성은 2016년 5번째로 발견된 폭 46~58m의 카모오알레와(Kamoʻoalewa, 2016 HO3)다. 카모오알레와는 하와이 말로 ‘흔들리는 물체’란 뜻이다.

28분에 한 번씩 자전하는 카모오알레와는 최소 달보다 13.6배 더 먼 거리에서 지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공전한다. 과학자들은 카모오알레와가 지금의 궤도에 들어선 때는 500년 전이며 앞으로 수백 년간 이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워낙 크기가 작고 희미해 매년 4월 짧은 기간 동안만 관측이 가능하다.

카모오알레와(가운데)가 달에서 떨어져 나온 소행성임을 묘사한 그림. 애리조나대 제공

과학자들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 수년간을 추적한 끝에 카모오알레와의 고향을 콕 집어냈다. 3년 전 카모오알레와가 달에서 유래했다는 걸 알아낸 데 이어, 이번엔 카모오알레와가 튕겨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은 달 충돌구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앞서 카모오알레와가 일반적인 소행성들과 달리 붉은빛을 띠는 것에 주목했다. 2021년 애리조나대 천문학자들은 카모오알레와의 반사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달 암석의 규산염과 일치한다는 걸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미지의 소행성이 달에 충돌한 뒤 큰 구덩이(충돌구)를 만들면서 우주로 날려버린 커다란 암석 덩어리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카모오알레와의 현재 궤도는 이런 가설에 무게를 실어준다.

달 뒷면의 조르다노 브루노 충돌구 위치. 네이처 천문학

수백만년 전 1km 소행성이 충돌해 만든 듯

애리조나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이번엔 컴퓨터 모의 충돌 실험을 통해 어떤 조건 아래서 카모오알레와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카모오알레와 크기의 암석 덩어리를 우주로 날려보내려면 폭 1km 이상의 소행성이 달에 충돌해야 하며, 그로 인해 생긴 충돌구는 10~20km 크기였을 것이라는 계산 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카모오알레와의 현재 위치로 보아 충돌 사건이 일어난 시기는 수백만년 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기준을 충족하는 달 충돌구는 뒷면에 있는 조르다노 브루노 충돌구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이 충돌구는 크기는 22km, 형성 시기는 400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충돌구 이름으로 쓰인 조르다노 브루노는 태양은 수많은 별 중 하나일 뿐이라는 급진적 우주론을 펼치고 기독교를 비판하다 화형 당한 16세기 이탈리아 학자다.

연구진은 당시 우주로 날아간 수많은 파편 중 카모오알레와 크기 만한 것이 100~400개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들 대부분은 달 운석으로 지구에 떨어졌을 것이지만 몇몇은 소행성으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위성처럼 지구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타원 궤도로 공전하는 카모오알레와 소행성 궤도. 미 항공우주국 제공

중국, 표본 채취할 우주선 내년 5월 발사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가능성 높은 추정일 뿐이다. 소행성에서 직접 표본을 채취해 분석하기 전에는 사실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조만간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25년 5월 소행성 암석 표본 채취-회수를 위해 발사할 톈원 2호의 목적지를 카모오알레와로 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톈원 2호가 지구를 출발해서 카모오알레와 표본을 갖고 돌아오기까지 2년 반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목표로 하는 표본 채취량은 100g이다.

톈원 2호는 미국과 일본의 소행성 표본 채취 우주선이 썼던 표면 접촉(touch-and-go) 방식과 함께 고정 부착(anchor and attach) 방식까지 사용해 표본을 채취할 예정이다. 표면 접촉 방식은 작은 발사체를 표면에 쏴 튀어오르는 물질을 채취하는 것이고, 고정 부착 방식은 드릴로 표면에 구멍을 뚫어 채취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2027년 발사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 네오서베이어(NEO Surveyor)를 이용하면, 달에서 유래한 지구 근접 소행성을 더 찾아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오서베이어는 10년 안에 140m 이상의 모든 지구 근접 소행성과 혜성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50-024-02258-z

Asteroid Kamo‘oalewa’s journey from the lunar Giordano Bruno crater to Earth 1:1 resonanc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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