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무명’ 지도자를 클롭 후임으로 결정한 이유
리버풀이 위르겐 클롭 감독 후임으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아르네 슬롯 감독(46)을 영입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리버풀이라는 빅클럽을 맡기에 슬롯 감독은 명성, 업적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리버풀은 사실상 무명인 슬롯 감독을 택했을까. 그건 리버풀이 추구하는 축구가 슬롯 감독이 페예노르트에서 보인 플레이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ESPN은 2일 “리버풀은 데이터에 근거해 슬롯 감독을 클롭 후임으로 선임했다”며 “리버풀식 플레이를 슬롯 감독이 페예노르트에서 구현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펜웨이 스포츠 그룹이 소유한 리버풀은 데이터를 무척 중시하는 팀이다. ESPN은 “팀 성적을 담당하는 리버풀 직원들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데이터를 무척 중시한다”며 “감독 고용 과정에서도 다른 빅 클럽보다도 더 엄격하고 데이터 중심적, 목표 지향적, 객관적으로 감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펜웨이 스포츠 그룹은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강화된 데이터 분석을 축구에도 적용한다.
현재 최고 수준 축구팀의 공통된 전술 키워드는 ‘통제(control)’다. 경기를 통제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안전하게 공을 소유하는 것, 반대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클롭 감독이 추구해온 플레이는 후자다. 클롭 감독은 “공을 잃거나 상대에게 역습을 당해도 괜찮다”며 “공수에 걸쳐 우리 선수들이 상대 선수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경기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상대팀 패스 성공률, ‘우리팀 볼 소유 횟수’를 보면 ‘리버풀식 축구’를 알 수 있다. 리버풀을 상대하는 팀들의 패스 성공률은 77%에 불과하다.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리버풀이 강한 압박을 구사한다는 증거다. 그러면서도 리버풀은 경기당 94회 볼을 소유한다. 루턴 타운, 크리스탈 팰리스, 브렌트포드에 이은 4위다. 루턴 타운, 크리스탈 팰리스, 브렌트포드 등 하위권팀들은 수비적으로 공을 자주 소유하는 것과 다르다. 리버풀은 공수에서 모두 공격적임을 의미한다.
슬롯 감독이 이끄는 페예노르트도 비슷했다. 페예노르트는 상대 패스 성공률을 74%로 끌어내리면서도 볼은 게임당 평균 96회 소유했다. 리버풀 평균 패스 길이는 17.1m, 페예노르트는 17.2m다. 리버풀은 초당 1.26m 속도로 패스했고 페예노르트는 그보다 빠른 1.33m로 공을 주고 받았다. 페예노르트가 2021~2022시즌 기록한 기대득점은 1.3 정도로 리그 2위다. 페예노르트 선수단 총 연봉은 4820만 유로다. 아약스(1억940만 유로)의 절반도 안 되고, PSV(5520만 유로)보다도 적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낮은 선수들을 이끌고 역동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ESPN은 “슬롯은 감독으로 일하는 지난 15년 동안 다른 팀들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플레이했다”고 평가했다.
빅클럽 감독으로 성공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로만 되는 건 아니다. 성격, 리더십, 전술적 유연성, 젊은 선수들에 대한 태도 등도 고려돼야 한다. 슬롯 감독은 네덜란드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 역할도 네덜란드에서만 했다. 지도자로서 쌓은 업적은 2022~2023시즌 네덜란드리그 우승, 2021~2022시즌 유로파리그 준우승 정도다. ESPN은 “네덜란드 리그에 있다가 유럽 빅리그로 가서 성공한 지도자들은 별로 없다”며 “러버풀이나, 슬롯 모두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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