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감축 목표도 없다" 영유아까지 참여한 '기후 소송'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5.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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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기후 소송 : 미래 아니라 현재의 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계절의 여왕 5월이 어느새 찾아왔습니다. 시간 참 빠르죠? 따뜻하고 화창한 5월의 날씨만 1년 내내 계속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문득 들곤 합니다. 요즘 워낙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난리여서 이런 마음이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고요. 독자 여러분 4월 23일에 특별한 소송이 있었다는 것 알고 있나요? 이 날, 우리나라에서 국내 최초 기후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기후 소송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에 제대로 행동하자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거든요. 왜 기후 소송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마부뉴스가 여러 데이터들을 준비해 봤습니다. 그래서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국내 첫 기후 소송, 우리의 탄소 정책은 정말 충분할까요?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최초 기후 소송의 시작

이번 소송에는 '국내 최초' 기후 소송이라는 나름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사실 이번 기후 소송이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었습니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시했어요.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국회와 대통령이었고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불충분한 제도를 유지하는 건 미래세대를 포함해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회원들뿐 아니라 이후에도 더 많은 시민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내 왔습니다. 2021년 10월엔 123명의 시민들이, 2022년 6월엔 영유아 62명이, 지난해 7월엔 51명의 시민들이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죠. 참고로 영유아 62명 중엔 청구 당시 출생하지 않은 태아도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우리나라 최초, 그리고 아시아 국가 최초로 기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사안이 4년이나 끌 일이 아니라고 지적해 왔어요. 헌법재판소에선 워낙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심리를 계속 미뤄왔죠. 어쨌든 4월 23일 드디어 처음으로 기후 소송의 첫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공개변론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 양 쪽의 치열한 논쟁을 공개해서, 각 측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입니다. 이 날 변론은 한 차례 휴정을 포함해서 5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두 번째 공개변론은 5월 21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255명의 시민들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국제 합의에 따라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인 40%가 불충분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거죠. 거기에 더해 최종 목표도 아직 설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에선 2030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치는 있는데, 최종 단계인 2050년의 감축 목표치는 없거든요. 줄여야 하는 탄소의 양도 부족하고, 여전히 계획도 부족하다는 거죠.

반면 정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감축 목표 40%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고려한 수치라는 겁니다. 게다가 40%도 기존의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한 거고요. 정부는 만약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감축하다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용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렇게 불안과 혼란을 일으키는 게 오히려 국민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거죠. 미래세대에 대한 기본권 제한 주장도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대한민국 탄소 정책, 잘 가고 있을까?

양쪽의 입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감축 목표 40%부터 차근차근 뜯어볼게요. 2015년 12월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1이 열렸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195개국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산업화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1.5℃ 아래로 제한하기로 약속하는 파리 협약을 맺었죠. 협약에 참여한 당사국들은 스스로 정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20년부터 5년마다 UN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렇게 제출하는 감축 목표를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라고 합니다.

처음에 우리나라가 제출한 NDC는 미래의 배출량을 기준으로 계산을 했었어요. 우리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두고, 이것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한 거죠. 절대적 수치가 아닌 미래의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값을 제출을 해서 당시 국내외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결국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수치로 NDC를 설정해 새롭게 제출을 했고요.


2018년 우리나라 전체 탄소배출량은 위에도 나와있듯 7억 2,760만 톤입니다. 우리나라는 이 배출량의 26.3%인 1억 9,150만 톤을 줄여서 2030년엔 5억 3,610만 톤을 목표로 하겠다고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국가들이 많았고,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서 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2021년 NDC 목표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 수치가 바로 40%입니다. 2030년 탄소 배출량 4억 3,660만 톤을 목표로 정책을 세운 거죠. 2023년에도 한 차례 추가 조정이 있었는데, 이때엔 산업부문을 일부 완화해 더 많은 배출량을 할당했습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이처럼 여러 단계의 조정을 거쳐 자국의 NDC를 UN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가령 일본은 2013년 배출량 대비 46%를 목표치로 제출했고, 독일은 1990년 대비 65%를 기준으로 삼고 있죠. UN은 이렇게 전 세계에서 제출한 수치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엔 각 국가별로 NDC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중간 평가 보고서를 출간하기도 했고요.

보고서 내용을 보면 안타깝게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2023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보면, 현재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추세대로라면 이번 세기말에는 지구 온도가 2.5~2.9℃ 오를 것으로 예측됐거든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G20 회원국 중 대다수가 NDC 목표 달성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위 그래프는 2030년까지 G20의 현재 기후 정책과 NDC 목표 사이의 이행 격차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이행 격차가 크면 클수록 실제 기후대응 정책의 이행 속도가 느리다고 이해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이행 격차는 18%. 캐나다(27%)와 미국(19%)에 이어 3번째로 크죠. 참고로 캐나다는 2005년 배출량 대비 40~4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수준을 감축하겠다고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이행 격차는 모두 20% 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G20 국가 대부분이 뱉어놓은 말과 행동에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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