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크기가 너무 작거나 모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묘는 배변(배뇨) 뒤 모래로 덮는 습성이 있어 따로 배변 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래를 채운 전용 화장실을 집 안 적당한 곳에 두면 가르치지 않아도 알아서 그곳에서 용변을 해결하곤 하죠. 그러나 일부 반려묘는 화장실이 아닌 곳에 자꾸 용변 실수를 해 보호자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이는 일부러 그랬다기보다 반려묘가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일 개연성이 큽니다.
모래 덮기, 생존 본능과 관련
집 안에서 생활하는 반려묘에게도 이런 본능에 부합하는 화장실이 필요합니다. 모래를 채운 화장실이 바로 그것이죠. 그중에서도 반려묘는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상자 형태의 화장실을 가장 좋아합니다. 크기는 반려묘가 몸을 편안히 돌릴 수 있는 정도면 적당한데요. 두세 군데 용변을 보고나서도 깨끗한 부분이 남아 발을 디딜 수 있으면 좋습니다. 다묘(多猫) 가정이라면 몸집이 제일 큰 반려묘에게 화장실 크기를 맞추면 됩니다. 보호자가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반려묘에게 너무 작은 화장실을 제공하는 겁니다. 화장실을 거실 구석 등에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반려묘의 편의보다 인테리어 등 미관을 기준으로 화장실을 고르는 거죠. 이때 반려묘가 용변을 보러 들어갔다가 몸이 끼이는 등 안 좋은 기억이 생기면 더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려묘 화장실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모래입니다. 반려묘 입장에서 모래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발로 밟았을 때 싫지 않은 촉감일 것, 구멍을 파거나 배변을 덮기 쉽도록 가볍고 부드러울 것, 체취를 가릴 정도로 강한 향이 첨가돼 있지 않을 것 등입니다. 그 밖에 보호자는 모래의 뭉침 정도도 살펴야 합니다. 소변에 의해 잘 뭉치는 모래는 보호자가 반려묘 소변 양 변화를 알아채 방광염이나 신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묘가 뭉친 모래를 삼켜 장폐색이 생길 수 있고 잘 뭉치는 만큼 화장실에 깔아야 하는 모래 양도 늘어납니다. 이런 장단점을 따져 반려묘에게 맞는 모래를 고르는 게 중요하죠.
일반적으로 모래는 화장실 바닥에 10~15㎝ 두께로 깔면 됩니다. 너무 적게 넣으면 배변이 화장실 바닥까지 닿아 냄새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다묘 가정이라면 용변 횟수가 다른 집보다 많을 텐데요. 이땐 무작정 모래를 더 붓지 말고 화장실 자체를 늘리길 권합니다.
밥그릇 옆에 화장실 두기 NO
또 화장실을 욕실, 세탁실 등에 두는 것도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곤 합니다. 전자는 화장실 습기에 모래가 축축해져 반려묘가 모래를 파거나 덮기 힘들 수 있고, 후자는 반려묘가 세탁기 등 기계 소리에 놀라 이후 접근을 꺼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반려묘가 최대한 편안하고 안전하며 조용하게 용변을 볼 수 있는 곳에 화장실을 둘 것을 추천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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