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 Good]넷마블은 왜 최신 게임 사전 공개 행사를 태국서 열었나

인현우 2024. 5.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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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레벨업' '신의 탑' 등 웹툰 원작 게임 출시
'글로벌 콘텐츠' 된 웹툰·웹소설...게임도 바람 타나
한국 IP 웹소설·웹툰·애니메이션 인기 효과
넷마블의 웹소설·웹툰 원작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영문판 타이틀 화면. 넷마블 제공
전 세계 누적 조회수 143억.

넷마블이 8일 정식 출시되는 신작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홍보 문구다. 넷마블이 아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시한 수치이기도 하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지식재산(IP)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도 인기가 높은 웹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을 노린 넷마블은 나혼렙: 어라이즈의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를 한국이 아닌 태국과 캐나다에서 진행했다. 특히 한국 웹툰의 인기가 높은 태국 방콕에선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시연회를 열었다. 서비스 하루 만에 태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 이틀 만에 매출 1위에 올랐다.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사전 등록자 수는 1,200만 명을 넘었다.

잘된 IP의 힘이다. '나혼렙'은 원작자 추공이 집필한 웹소설도, 작가 고(故) 장성락의 밀도 높은 작화로 완성된 웹툰도 인기가 높았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1 픽처스'가 제작을 맡은 애니메이션은 1월부터 한국과 일본의 방송사, 미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방영 중이다.


의외로 성공률 낮은 웹툰발 게임... "원작 충실이 대원칙"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원작 웹툰의 주요 에피소드를 게임 내에 구현한 모습. 넷마블 제공

흥행 보증 수표와도 같은 작품을 들고 와 만든 게임이지만 넷마블의 게임 제작진은 3월 한국 매체를 대상으로 연 쇼케이스에서조차 "원작 충실"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긴장했다. 주인공인 성진우가 그림자 군주로 각성하기까지 스토리 라인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스킬룬'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얻는 원작 설정을 구현하기도 했다. 최근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드물게 액션 롤플레잉 게임(ARPG) 장르를 채택한 것도 결국 원작의 화려하고 시원한 액션을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IP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건 IP를 잘 살리는 것인데 IP를 살리기엔 ARPG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고 했다.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무수한 웹툰 기반 모바일 게임들이 등장했지만 성공했다고 할 만한 게임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이 원작인 '갓 오브 하이스쿨', 여러 웹툰의 유명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히어로 칸타레 with WEBTOON' 등이 기존에 알려진 성공작이다. 인기 웹툰 원작 게임을 만들면 '팬심'으로 달려오는 고객들이 많지만 그 팬심을 붙잡기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업계에선 유명 웹툰 원작 게임이 실패한 원인으로 △원작 재현도가 낮은 점 △장르 채택의 실패 △지나친 과금 시스템과 운영의 실패 등을 꼽아왔다. 단순히 원작 IP의 인기에 기대 재미를 보려 한, 잘 만들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는 얘기다.

넷마블의 웹툰 원작 게임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으로 기술 연출에 힘을 줬다. 넷마블 제공

넷마블이 지난해 내놓은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네이버 웹툰 '신의 탑'을 게임으로 만들기 위한 세 번째 시도인데 셋 중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다. 모바일 앱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는 이 게임이 출시 한 달 만에 전 세계 누적 매출 1,500만 달러(약 190억 원)를 넘어서면서 "웹툰 원작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높은 흥행 기록을 썼다"고 평가했다. 넷마블은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출시 때도 원작 재현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 역시 순수하게 게임의 힘만은 아니다. 센서타워는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이용자의 국가별 비중이 네이버 웹툰 앱과 일치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원작 IP의 인기가 게임 성공의 발판이 된 것"이라고 봤다. '신의 탑' 또한 '나혼렙'처럼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해외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웹툰의 인기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곳곳으로 퍼지면서 웹툰 원작 게임도 자연스레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게임 유통망이 구글과 애플 양대 앱스토어를 통해 '글로벌'화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IP도, 유통망도 해외 시장으로 통한다

네이버웹툰 IP를 활용해 제작 중인 게임 '레사: 브릭브레이커'(위 사진)와 '사신소년: 계약자'. 네이버웹툰 제공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게임 개발 시도는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웹소설과 웹툰이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 중 하나가 다른 매체로 이식해서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새로운 IP에 대한 갈망이 강한 게임사도 이미 인기가 검증된 스토리를 활용할 수 있으니 '윈-윈' 효과가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전문가인 이재홍 숭실대 교수(한국게임정책학회장)는 "그동안 한국의 인기 게임들은 대체로 스토리 대신 단순히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강함을 경쟁하는 데 머물렀기에 특히 서구 시장에선 반향이 적었다"면서 "이제는 국내 게이머들도 '새로운 게임'을 갈망하고 있는데, 웹툰 원작을 활용한 게임은 이런 수요에 응답하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이자 웹툰 '검술명가 막내아들'을 바탕으로 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넥슨은 신생 개발사 그레이게임즈가 제작한 웹소설·웹툰 '템빨'을 원작으로 한 게임을 전 세계로 유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웹툰은 구글플레이,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네이버웹툰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지스타 2023'에서 웹툰 '레사'와 '사신소년'을 활용한 게임을 공개한 데 이어 올해도 총 8개 IP를 뽑아 이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할 기업을 찾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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