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박수현 “구둣발로 산 오르다 무덤에 절도 해봤다…유권자는 항상 진심받을 준비”[이런정치in]

2024. 5. 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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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3번째 대결서 승리
“험지 중 험지… 주권자 마음 여는 것은 진심뿐”
“주민 야유회 동행, 이름 외우고 어디든 찾아가”
2.24%p차…“정당지지차 극복, 22.4%p 승리”
“신중한 충청민심, 이렇게 많은 말 쏟은 것 처음”
“22대 국회서 정치복원, 지역문제 해소에 집중”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수현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수현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당선인은 4·10 총선 승리로 8년 만에 다시 국회의원으로 돌아온다. 국민의힘 중진으로 지역구 현역이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연속 세 번째 맞대결이었던 터라 공천부터 개표 결과까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박 당선인은 “임무를 교대한 것뿐 박수현의 승리나 정진석의 패배란 말로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스스로 “정치인으로서 장점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 지역구가 민주당으로서는 워낙 험지 중 험지이기 때문에 주권자들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진심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진심’을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이 근면과 성실이라는 그는 “상대 후보였던 정 실장님도 저에게 ‘부지런한 건 세계 1등’이라고 직접 말씀했다”고 웃으며 전했다.

박 당선인은 지역 주민들이 야유회나 워크숍을 간다고 하면 남해든, 제주든, 강원도 강릉이든 찾아갔다고 한다. 미리 참석자들 이름을 외우고 건배사 기회가 있을 때 십분 활용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는 구두를 신고 산꼭대기에 오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어느 동네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이장님한테 전화드렸더니 ‘마을 주민 10명이 산일을 하고 있어’라고 하셨다”며 “그런데 산꼭대기에 있다고 말씀을 안 하셨다. 그때 제가 받은 느낌은 ‘한 표라도 더 얻어 가려면 여기까지 왔으면 좋겠어’였다”고 술회했다.

4·10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6일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 후보가 공주 산성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한 뒤 아내와 함께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

그렇게 아무 준비없이 산길을 헤쳐 올라가면서 무덤도 지나쳤다는 그는 “앞을 지나가야 하다보니 무덤 주인에게도 정중하게 ‘지나가는 걸 허락해줘서 감사하다’고 절도 했다”고 한다. 이 일을 두고 “올라가지 않았다면 후회가 됐을 것”이라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계기가 된 일이다. 유권자는 항상 진심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박 당선인은 2.24%p 차이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보수 정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 정서를 감안하면 20%p의 정당 지지율 차이를 극복하고 이긴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22.4%p를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주와 부여, 청양이 처음 합구됐던 20대 총선 당시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는 5만1159표(48.12%), 민주당 소속이던 박 후보는 4만7792표(44.95%)를 각각 얻었다. 3.17%p 차이였다. 그런데 당시 비례대표 선거에선 공주 39.55% 대 29.64%, 부여 44.87% 대 24.62%, 청양 49.17% 대 23.60%로 새누리당 득표율이 민주당을 압도했다.

21대 총선에선 박 후보가 46.43%, 정 의원이 48.65%를 각각 얻었다. 20대 때보다 간격을 좁히긴 했지만 졌다. 준연동제 시행으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나섰던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20대와 비교해 공주, 부여, 청양 모두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보수 정당 지지세가 확연하다는 점은 계속 수치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를 두고 박 당선인이 “상대 후보와 경쟁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선뜻 열리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와 싸웠다”고 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수현 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인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그는 이번 총선에서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되기 전부터 민심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신중하기로 이름난 충청의 민심이 이렇게 많은 말을 쏟아내는 선거를 처음 봤다”며 “여론조사 수치에서는 밀릴지 모르지만 민심 수치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선거 이전부터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8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소회를 “두려움과 담담함”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민심을 생생하게 느낀 영향이다. 박 당선인은 “총선이 정권 중간 심판선거가 맞는데 이렇게 민주당에 압승을 주실 만큼 민주당이 잘했나, 윤석열 정부 심판 선거인데 이렇게 엄혹한 민심의 회초리를 드는구나. 진짜 민심이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달 말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박 당선인은 정치 복원과 지역문제 해소라는 2가지 일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국민소통수석을 맡았고 그 사이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거친 이력으로 “이제 재선 의원이지만 그동안 해왔던 일들 때문에 저를 재선 이상으로 이렇게 보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정치 복원은 대화와 타협으로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 뉴스만 나오면 TV를 끈다고 하시는데, 정치 소식이 궁금해 TV를 켜는 정치로 복원하고 싶다”고 했다. 또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 달리 생산력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며 "그걸 위해선 결과적으로 21대 국회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을 반드시 마무리 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당선인은 “공주, 부여, 청양은 대표적 농촌 도시인데, 농촌의 위기는 시작된 게 아니라 이미 붕괴됐다. 5년 후면 농사지을 사람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라며 “지역 공동체의 기반인 농촌을 살리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을 짓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민이 땀 흘린 만큼은 소득이 될 수 있도록 쌀값 등 주요 농축임수산물 가격 안정 제도와 관련된 법안을 바로 준비해서 1호 법안, 최우선 법안으로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세번째 승리를 거둔 박 당선인은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하게 된 후배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결코 지치지 말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선거의 패배가 정치 패배는 아니고, 패배도 정치의 과정이니 반드시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선거 결과를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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