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로스차일드가 키운 이 남자, 위험한 도박…그는 무엇을 꿈꾸는가 [남기현의 해설]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4. 5. 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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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 의존 탈피, 유럽군 창설 주도
러시아에 핵사용 거론, 엄청난 파장
25세 나이차 극복, 선생님과 결혼
로스차일드·예수회와도 인연
유럽통합에 정치적 명운 건 그가
‘제2 샤를마뉴’ 반열에 오를지 주목

에마뉘엘 마크롱, 한 때 ‘금융의 모짜르트’로 불리우던 남자.

최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행보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개인사를 통해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런 관측을 제기한다. “마크롱이 진정한 유럽 통합과 그 리더가 되기 위한 큰 그림을 짜기 시작했다.”

◆ 예수회, 그리고 로스차일드

그는 유럽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매혹적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마크롱은 우선 역대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다.

그는 예수회가 운영하는 사립 명문 ‘라 프로비당스’ 고등학교 출신이다. 예수회(Jesuit·제수이트)는 교황청 직속 남자 수도회다. 16세기 기독교 종교개혁이 유럽을 휩쓸 당시, 위기에 빠진 카톨릭에 신앙적 혁신을 불어넣었던 단체다. 개신교에 맞서 카톨릭을 수호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로 인해 같은 기독교 계열임에도 예수회는 개신교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종종 회자된다.

대학 졸업후 마크롱은 세계적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들어간다. 로스차일드는 전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이다. 음모론의 단골 손님일 정도로 전세계 경제·금융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하다.

로스 차일드에서 초고속 승진을 한 마크롱은 프랑스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다. 이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금융의 모짜르트’였다.

정치적 성향이 우도 좌도 아닌 중도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회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그는 사회당의 우경화를 지지했다.

◆ 유럽 자강론과 유럽군 창설 주도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들어 존재감을 높이게 된 것은 그가 ‘유럽 공동방위론’에 또다시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유럽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을 줄이고 자체 방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공군기지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 연합뉴스]
그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공개된 프랑스 매체 에브라와 인터뷰에서 “유럽 공동방위와 관련한 토론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토론에선 미사일 방어체계, 장거리 미사일 역량과 함께 핵무기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마크롱 대통령 주장이다.

그는 진행자가 “프랑스의 핵무기를 유럽화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묻자 “유럽 동맹국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넘어서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을 차단할 수 있는 방공망을 배치하는 것이 역량을 갖추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핵무기도 있다”며 “프랑스의 원칙에 따르면 우리의 필수 이익이 위협받을 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는 우리의 특수성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유럽 방위에 기꺼이 더 많이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의 핵우산을 유럽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영국이 탈퇴한 유럽연합(EU)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유일한 국가다. 독일 등에도 핵무기가 배치돼 있지만, 이는 미군의 전략 자산이며 사용승인 권한도 미국에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겨냥, 핵무기 사용을 언급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내비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파병론’ 논란을 일으킨 마크롱 대통령이 근육질의 팔뚝이 부각된 권투 사진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소아지그 드 라 므와소니에 인스타그램]
당시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국의 군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파병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정식으로 파병에 합의하진 않았으나 모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기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유럽군 창설을 주도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과 독일, 벨기에, 핀란드, 덴마크,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10개국이 유럽군 창설에 참여했다.

EU는 2025년까지 유럽군 창설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주목받는 영부인, 러브스토리와 트랜스젠더 논란

마크롱 대통령은 또 다른 이슈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프랑스 유명 영화 제작사 ‘고몽’이 25살 나이 차를 극복한 마크롱과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러브스토리를 드라마로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라 프로비당스’ 고등학생인 마크롱과 이 학교 연극반 교사였던 브리지트의 만남, 연애, 결혼, 대통령 부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길 예정이다.

가제는 ‘브리지트, 자유로운 여인’이다. 이 드라마는 총 6부작으로 제작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최근 때아닌 ‘트랜스젠더’ 논란에 휩싸여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미국의 유명 보수 논객인 캔디스 오웬스가 “브리지트 마크롱이 실제로는 남자라는 사실에 나의 직업적 명성 전체를 걸 것”이라고 주장해 전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마크롱 여사는 현재 이와 관련한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중이다.

부인을 향한 잇단 폭로성 주장에 마크롱 대통령은 “완전히 거짓이고 날조된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 진정한 유럽통합, 제2 ‘샤를마뉴’를 꿈꾼다

마크롱 대통령의 꿈은 원대하다. 진정한 유럽의 통합을 추구한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통합 유럽을 이끌 지도자를 꿈꾸는 것 같다. 이른바 제2 ‘샤를마뉴’다.

샤를마뉴 대제는 유럽 공동체의 이상을 처음 구현한 인물이다.

그는 8~9세기에 걸쳐 지금의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통일 제국(프랑크 왕국)을 건설했다. 유럽을 평정한 그를 위해 교황 레오 3세는 서로마 제국 황제 대관식을 열어줬다. 훗날 신성로마제국의 시초가 샤를마뉴인 셈이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카롤루스 초상화 [위키백과]
현재 유럽은 유럽통합에 이바지하고 새로운 비전을 수립한 지도자에게 ‘샤를마뉴 상’을 수여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8년 5월 이 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당식 수상 연설에서 “단합하자, 두려워하지 말자”며 진정한 유럽 통합을 강조했다.

2019년 1월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우호 협정을 체결했다. EU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두 나라가 구심점 역할을 하자는 취지의 협정이다.

협정이 체결된 곳은 독일의 아헨시였다. 아헨은 과거 샤를마뉴의 근거지였다. 프랑크 왕국을 건설한 후에도 샤를마뉴는 겨울마다 아헨에 머물렀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시신은 아헨 성당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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