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무관심’…산재 사각지대 ‘여성’

이이슬 2024. 5. 2.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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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여성 노동자들이 늘면서 일터마다 노동 환경이 바뀌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안전보건과 관련한 규정과 기준은 한계가 많습니다.

위험에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고민해 봅니다.

이이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교 급식실에서 7년 넘게 조리사로 일한 60대 여성.

2년 전, 폐암 판정을 받고 지난해 퇴직한 뒤 산업재해 신청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음식 조리를 단순 업무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노동환경 개선은 어렵다고 말합니다.

[전직 급식종사자 : "돼지고기 80킬로그램을 양념해서 볶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스 앞에서 계속 저어야 되잖아요. 그리고 만약 우리가 실수라도 하면 식중독이 도사리잖아요. 해썹(식품안전기준)이라는 게 상상하지 못할 만큼 까다롭습니다."]

여성 종사자가 대부분인 콜센터는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각지대입니다.

하루 8시간 꼬박 책상에 앉아 전화를 받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고객들의 막말과 갑질에 우울증과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 질병까지 떠안게 됩니다.

하지만 산재 신청은 꿈 같은 얘기입니다.

[김기연/콜센터 종사자 : "부러지고 깨지고 이런 건 산재를 해 줘요. 눈에 보이는 거니까. 그런데 서서히 골병이 드는 건 (안 그래요.) 다들 그러잖아요. 사측 관리자들은 '나도 아프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엄두를 못 내죠."]

산업재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고 있지만, 남녀 차이는 뚜렷합니다.

2020년 기준 산업재해 보상보험법에 가입된 남녀 성비는 1.2대 1.

이중 '사고성' 산재 승인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고, '질병성' 산재는 4배 높게 나타납니다.

해마다 직장 여성 약 5만 명이 겪는 유산도 산재 사각지대입니다.

실크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유산한 여성 25만여 명 중에 산재로 신청된 건 8건, 이중 단 3건만 인정됐습니다.

여성들의 산재 승인율이 낮은 이유,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숙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 "건강한 남성의 몸의 기준으로 많이 돼 있어서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많은 여성들이나 장애인 노동자, 아픈 노동자도 있잖아요. 이런 노동자들이 드러내지 못하고 중간 과정에 탈락되는…."]

2021년 한해 산재 승인을 받은 여성은 2만 7천여 명.

하지만 이 중 80%가 '기타 사업' 직종으로 분류될 정도로 관련 통계는 두루뭉술한 실정입니다.

성별에 따른 산재 현황과 처리 결과를 세분화해 공개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박서아

이이슬 기자 (eslee3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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