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카르텔 깨려면…전관변호사 활동 투명성 높여라

한겨레 2024. 5. 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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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전문가리포트] </span>경제현안 풀어보기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법조인 출신 고위공직자 후보자는 ‘전관예우’가 자주 논란이 된다. 이 중에서도 이들의 고액 수임료는 청문회의 단골 소재였다. 가장 최근에도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가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이제는 선거에서도 문제로 부상한다. 한 예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전관예우 구설에 휘말렸다. 이것은 정당한 비판일까? 아니면 트집 잡기에 불과한 것일까? 전관예우의 문제를 법률시장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전관예우에 대한 법조와 국민 간 현격한 인식 격차

전문가 집단은 자신의 전문성을 과시한 나머지 자기 객관화에 종종 실패한다. 일반인들의 식견에도 미치지 못하는 주장을 전문가들이 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정원 확대는커녕 감축이 옳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대표적이다. 법조인도 자기 객관화 실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8년 고려대 연구팀은 일반 국민과 법조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관예우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일반 국민의 40%가 전관예우는 실재한다고 답했지만 판사는 20%만 이에 동의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법률시장 규모는 약 8조2천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시장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약 3만3천명이다. 전문직 서비스 시장으로는 작지 않은 규모다. 하지만 변호사 시장은 다른 전문직 시장보다도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민의 3분의 2는 변호사 선택 경로로 ‘가족이나 지인 추천’을 꼽았다. 변호사 광고나 법률 관련 상담기관의 조언은 약 10%에 그쳤다.

변호사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장치가 존재한다면 이러한 정보 비대칭은 완화될 것이다. 변호사 광고와 온라인 플랫폼이 그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변호사 단체는 이 두 가지에 맹렬히 저항한다. 변호사와 의뢰인들의 연계를 위한 법률 플랫폼을 운영하던 리걸 테크 기업 로톡과 변협과의 8년간의 법적 분쟁이 그 대표적 사례다.

판결문의 제한적 공개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하급심 판결문은 공개 비율도 낮을 뿐만 아니라 공개 수준도 미흡하다. 변호사 능력은 사건 수임 건수와 승소율로 계량화될 수 있는데, 판결문이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공개된 판결문에서조차 변호사 이름을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일반 국민이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전관’이라는 타이틀은 변호사 능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법률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한다. 변호사 시장의 병리적 현상으로 비판받으면서도 전관예우가 수십년간 유지된 배경에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변호사 시장의 ‘불건전한 균형’을 가져오는 기제라는 측면이 있다.

법률 시장의 정보비대칭이 가져온 전관변호사 비싼 몸값

전관변호사의 몸값은 비싸다. 그것도 매우 높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말에 따르면 “통상 전관으로 검사장 출신이 착수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여러 언론보도를 보면, 고위 판검사들의 퇴직 후 2년 이내 수입은 월 1억원 이상이다. 검찰총장이나 대법관 연간 보수가 대략 1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들이 퇴직 직후 변호사로서 얻는 소득은 그 이전보다 10~12배 이상 증가한다는 뜻이다. 다소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나 2006년 참여연대가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은 여전히 눈여겨볼 만하다. 이에 따르면 전관변호사들은 퇴직 후 1년 이내에 자신이 직전에 받던 급여의 10~15배 정도를 받고 있다.

전관 변호사 보수의 보다 중요한 특성은 그 구조에 있다. 보수의 크기가 그의 퇴직 시점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관은 가장 최근에 개업한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다. 이러한 의뢰인들의 선호는 전관변호사의 수임료 계약에 직접 반영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관변호사는 퇴직 후 1~2년 이내에 '전관 프리미엄'이라는 상당히 높은 수임료를 받는다.

이러한 프리미엄은 지속적이지 않다. 실제 변호인을 선임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같은 부장 판·검사 경력을 가진 변호사 일지라도 퇴직 후 1년 이내 사건을 수임한 전관변호사의 수임료는 1년 이후 3년 이내 수임한 전관 변호사보다 약 1.4배 더 많았다.

이처럼 전관 변호사들, 특히 갓 개업한 전관 변호사들의 높은 수익은 전적으로 그의 법무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에서 마치 관료나 의원 출신 로비스트가 다른 로비스트보다 더 높은 보수를 받는 구조와 유사하다. 이익집단들이 ‘전관 로비스트’ 통해 의회나 행정부에 연결된 ‘핫라인’을 확보했다고 믿는 것처럼 전관변호사를 찾는 의뢰인 역시 전관변호사를 통해 검사나 판사에 영향력을 기대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전관변호사에 대한 높은 수요는 변호사의 지식 외에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수요로 해석된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가 2023년 10월1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관의 가치도 퇴직 시점이 가른다

전관변호사가 수사나 재판 결과를 바꿀 수 있는지는 논쟁의 또 다른 중심이다. 진로그룹 장진호 전 회장 사례는 전관예우 논란의 대표적인 예다. 1심에서 징역 5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장 전 회장은 퇴직한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전관변호사를 선임한 뒤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이러한 극적인 결과는 국민과 변호사들로부터 '전관예우'의 증거로 여겨졌지겠지만 판사들에게는 전관변호사의 ‘능력과 경륜’이 작동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누구의 시각이 맞는 것일까? 고 노회찬 의원은 2016년 광주, 부산, 대구 지역 향판 전관변호사의 집행유예율을 비교 분석한 바 있다. 1심 기준 전관변호사 사건의 집행유예율은 전체 사건 대비 최소 14%포인트에서 최대 20%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전관변호사가 집행유예를 받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이것만으로는 전관예우를 단정 짓기 어렵다. 전관변호사가 맡은 사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보다 체계적 연구를 위해 나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유죄판결을 받은 318명의 기업인 피고인에 대한 판결 결과를 분석한 바 있다. 분석 결과, 집행유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을 모두 통제한 뒤에도 퇴임 1년 이내에 전직 판검사 경력 변호사를 선임한 피고인의 집행유예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10% 포인트 높았다. 전직 고위 판검사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퇴직 1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에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에는 집행유예 가능성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러한 전관효과의 시간적 속성은 앞서 언급한 전관변호사의 보수 구조와 유사하다.

전관예우 해소,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도 가능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향을 상징하는 단어가 ‘적폐 청산’이라면 윤석열 정부의 그것은 사교육부터 의료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카르텔 타파’일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카르텔이 있는데 이것이 전관예우로 상징되는 ‘법조 카르텔’이다. 법조 카르텔 개혁은 검찰과 감사원을 동원하지 않고도 시장 친화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는 전관변호사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 출발은 판결문 공개와 함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전관변호사들이 수임하는 사건 내역과 그 재판 결과 등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변호사광고나 법률 플랫폼 정책 역시 변호사 단체가 아니라 법률소비자의 후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향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한겨레 자료 이미지.

※ 참고문헌
<고려대 산학협력단,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2018)
<황지태 외 3명, 법조비리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 2: 전관예우(전관비리)의 실태와 대책을 중심으로>(2019)
<최한수, 사법부 전관예우 분석: 경제학의 관점에서>(2021)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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