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부자상(父子像)

박진용 동화작가 2024. 5.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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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달력을 보니 빨간 글씨를 포함해서 기념일이 11일이나 된다.

5월은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달이다.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5월이 오면 어깨가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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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동화작가

5월이다. 달력을 보니 빨간 글씨를 포함해서 기념일이 11일이나 된다. 5월은 하루하루가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달이다. 아들과 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5월이 오면 어깨가 무거워졌다. 즐거워야 할 기념일이 달갑지 않았던 이유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경제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어린이날은 그리 큰 부담이 없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로봇 하나 사고 딸이 좋아하는 인형 하나면 되었다. 외식은 역시 애들 좋아하는 짜장면이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버이날은 신경이 쓰인다. 총각 때는 부모님 선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는데 결혼 후에는 달라졌다. 한번은 아버지한테 홍삼 제품, 어머니는 화장품을 선물했다. 그리 비싸지 않은 화장품인데도 어머니는 뭘 이런 걸 사 왔냐며 지청구를 하시면서도 내심 기꺼워하셨다. 그런데 아버지는 "야, 이놈아! 아버지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런 걸 사 오냐" 하면서 역정을 내셨다. 어머니는 준비해 놓은 술상을 얼른 내오셨다. 아버지 얼굴에 화색이 돈다.

아버지랑 술자리는 늘 어머니가 마련해 주셨다. 아버지가 밖에서 술에 취해 들어오시는 것을 그렇게도 싫어하던 어머니가 집에서 아들과 마주 앉아 술 마시는 것은 참 좋아하셨다. 여러 재료로 전을 만들어 안주로 내주셨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겸상하고 마주 앉아 술 마시는 것이 불편했지만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졌고 대화도 풍부해졌다. 부모의 마음은 가난한 월급쟁이 아들이 들고 오는 비싼 선물보다 소주 한 병 들고 와서 대작하는 아들이 더 좋았던 것이다.

그 후로 틈만 있으면 싸구려 소주 몇 병 사 들고 아버지를 찾았다.

그날 그때의 아버님 얼굴을 닮아간다는 정완영 시조시인의 '부자상'이 떠오른다. 전화벨이 울리더니 갑자기 아들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한 잔 하실래요?"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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