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지으면 정부가 매입? 부동산 대책 다듬는 중국

베이징=우경희 특파원 2024. 5. 2.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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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삼중전회 앞두고 '주목'… 일단 매입 후 주택공급 계획
중국 수도 베이징의 지난달 18일 시내 중심가 비즈니스 지구 모습. 중국의 제조업과 투자는 2개월 만에 개선됐지만 부동산 부문 약세가 여전히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18일 발표했다. /AP=뉴시스

중국 정부가 7월 예정된 3중전회에서 파격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완성 부동산을 떠안을 국영 부동산 기업 설립안이 대두된다. 공사를 통해 부실 부동산기업을 인수하고, 건설을 마친 후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거다.

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4월 발간했던 자체 보고서를 근거로 "중국 고위 관리들은 여러 곳의 미완성 부동산 취득을 담당할 국영 부동산 플랫폼 기업 설립을 연구 및 논의하고 있다"며 "이후 취득한 부동산을 저렴한 주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 금융 관련 구조조정 방안도 별도로 마련되는 분위기다. 차이신은 올 들어 중국 주택도시농촌개발부와 국가재정감독관리국이 공동으로 도시 부동산 금융 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후속 시행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전날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그간 미뤄왔던 3중전회를 오는 7월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회의체 중 특히 경제분야의 중요사안을 의결하는 회의체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개최 예정이었지만 중국 내 복잡한 경제상황이 겹치며 차일피일 미뤄졌다가 이번에야 날짜가 못박혔다.

전날 정치국회의 이후 발표된 중국 공산당의 입장을 보면 중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중국 정부는 "빠른 성장과 구조적 최적화 등으로 올해 경제가 좋은 출발을 이뤘다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많은 (경제) 과제에 직면해 있고, 핵심 영역에는 숨겨진 위험과 복잡성, 심각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동부 장쑤성 화이안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들이 일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래서 오는 7월 3중전회에 더 시선이 집중된다. 부동산 등 뇌관을 제대로 걷어내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가 입을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공사 설립 카드를 고민하는건 이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가격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빠진 상태다.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채질해 도시 구성원들의 자산 가치가 뚝뚝 떨어진다. 그나마 낮은 수준의 금리로 버티고는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 부동산 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힌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엔 이미 심각하게 불이 붙었다.

공사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중국 정부는 늘 비슷한 방식의 대책을 세워 왔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진행된 이른바 4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국영기업 구조조정이 대표적 예다. 4개 은행을 설립해 중국의 4대 국유은행 부실 자산을 두 차례에 걸쳐 무려 436조원어치 떠안았다. 국영기업은 빠르게 구조조정 후 안정화했고 국유은행들도 멀쩡하다.

서방국가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중국이기에 가능했다. 당이 결정하면 현장은 한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4대 배드뱅크 중 하나인 차이나오리엔트, 차이나화롱 등이 이미 2021년부터 부실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지켜야 할 부동산기업 50개사의 이름이 적힌 이른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었다. 부동산 공사가 설립된다면 훨씬 빠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 체력이다. 올 들어 경제지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1~2월의 성장세가 3~4월 들어 꺾이는 추세가 확연하다. 중국 정부는 일단 5월부터 특별국고채 발행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여러모로 불안한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안고있는 폭탄은 부동산 뿐이 아니다. 3중전회를 통해 지방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해법을 내놔야 한다.

광동증권 루오지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제한되면 부채 위험은 소폭이나마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며 "부채 감소는 개발 과정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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