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있을 거란 안일한 생각하지 마" 캡틴의 이유 있었던 작심발언…'21억' 에이스의 이탈, 속 타들어간다

박승환 기자 2024. 5. 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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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마이데일리
2024년 4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두산의 경기. 두산 양석환이 2회말 LG 손주영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때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용병들도 늘 자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두산 베어스 '캡틴' 양석환은 지난달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팀 간 시즌 4차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짧은 인터뷰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이탈과 관련된 질문에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질문의 요지는 이러했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비롯해 브랜든 와델까지 외국인 '원·투 펀치'가 모두 빠진 상황에서 키움 히어로즈-NC 다이노스-한화 이글스까지 세 시리를 모두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것이 고무적이지 않느냐는 것. 그런데 양석환의 입에서는 다소 예상치 못한 답변이 나왔다. 캡틴은 작심을 한 듯 "용병이나 고참도 늘 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용병 선수들도 쉽게 안 빠지도록, 국내 투수들이 잘 해줬으면 좋겠다"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양석환이 외국인 선수들을 향해 쓴소리를 뱉었을 때에는 토종 선수들도 외국인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동기부여 차원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양석환의 발언은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는 작심 발언이었다. 토종 투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외국인 선수들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 대상은 허리 통증으로 2주 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던 브랜든보다 두 차례나 팔꿈치의 불편함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 알칸타라를 향했던 것이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2019년 KT 위즈와 손을 잡으며 KBO리그에 입성했다. 데뷔 첫 시즌 11승 1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한 뒤 KT와 결별 수순을 밟자 움직임일 가져간 것이 두산이었다. KBO리그에서 가장 큰 구장을 사용하는 잠실에서 뛰는 알칸타라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알칸타라는 2020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98⅔이닝을 소화, 20승 2패 평균자책점 2.54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겼고,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까지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피칭을 소화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

워낙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만큼 알칸타라는 일본프로야구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한신 타이거즈와 손을 잡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한신에서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알칸타라는 선발 로테이션의 한자리를 지켜내지 못했고, 2시즌 동안 불펜 투수로만 뛴 후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구직자' 신세가 됐다. 이에 다시 한번 두산이 알칸타라에게 손을 내밀었고, 알칸타라는 지난해 KBO 복귀 시즌 31경기에 나서 192이닝을 던지며 13승 9패 평균자책점 2.67로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알칸타라는 올해 미야자키 스프링캠프가 종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연습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라이브피칭을 한차례 가진 것이 고작이었다. 이는 이승엽 감독의 배려였다. 일본에서는 불펜 투수로 뛰었던 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던 가운데, 지난해 무려 192이닝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알칸타라는 조금 천천히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는 뜻을 사령탑에게 전달했고, 이승엽 감독은 '에이스'가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시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맞춰줬다.

실전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 알칸타라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13의 성적을 거두며 다시 한번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지난 3월 23일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을 천천히 준비했던 것에 대한 우려를 지워냈다.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29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도 5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나쁘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고, 4월 4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무려 8이닝을 먹어치우며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다.

그런데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4월 10일 한화 이글스전이 끝난 뒤 알칸타라가 팔꿈치에 불편함을 호소한 것. 이에 이승엽 감독은 알칸타라를 말소하지 않고, 1군에서 등판을 한차례 건너뛸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알칸타라는 21일 키움 히어로즈와 더블헤더 2차전에 복귀하게 됐고, 7이닝 무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했는데, 지난주 등판을 앞두고 알칸타라가 다시 한번 팔꿈치의 통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22일자로 소급 적용해 알칸타라를 부상자명단(IL)에 등록했다.

2024년 4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두산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1루수 수비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마이데일리

'에이스'가 빠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 시리즈를 위닝시리즈로 장식한 이승엽 감독은 30일 경기에 앞서 알칸타라을 받았다. 사령탑은 "알칸타라는 오늘 아침(30일)에 최종적으로 검진을 했고, 캐치볼을 시작했다. 아주 미세하게 염증이 남아 있는데, 공을 던지면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캐치볼을 한 뒤에도 문제가 없다면, 이는 하나의 희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이 불안해서 던지기가 힘들다고 한다면, 그 부분까지는 우리가 강하게 푸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트레이닝 파트를 통해서 보고를 받고, 다음 일정을 잡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리고 1일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알칸타라에 대한 보고를 받아보겠다고 답했던 이승엽 감독이 알칸타라에 대한 질문에 "좋은 기분은 아니다"라며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어 알칸타라의 복귀를 희망하면서도 최악의 경우 외국인 교체에 대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서도 충분히 복귀를 준비할 수 있지만, 두 번이나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낀 알칸타라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새. 두산 관계자는 "미국 주치의의 소견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답변이 오는 대로 추후 스케줄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투수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팔꿈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수 입장에서는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병원 세 군데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칸타라가 복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양석환 또한 구단과 같은 감정을 느꼈기에 일침을 가했을 터. 이유가 있었던 작심 발언이었다.

알칸타라의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확실한 것은 미국 주치의 소견이 나올 때까지 알칸타라의 복귀까지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두산의 속이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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